(중모리) 함평 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라하고 제주 어선 빌려타고 해남으로 건너갈제 흥양의 돋은 해는 보성에 비쳐있고 고산의 아침 안개 영암에 둘러있다. 태인하신 우리 성군 예악을 장흥허니 삼태육경에 순천심이요 방백수령 진안군이라 고창성에 높이 앉어 나주 풍경을 바라보니 만장 운봉이 높이 솟아 층층한 익산이요 백리 담양의 흐르는 물은 구비구비 만경인데 용담의 맑은 물은 이 아니 용안처며 능주에 붉은 꽃은 곳곳마다 금산이라 남원에 봄이 들어 각색 화초 무장하니 나무나무 임실이요 가지가지 옥과로다 풍속은 화순이요 인심은 함열인데 이초는 무주하고 서기는 영광이라 창평한 좋은 시절 무안을 일삼으니 사농공상은 낙안이요 우리형제 동복이로구나 농사하던 옥구 백성 임피사의가 둘렀으니 삼천리 좋은 경은 호남이 으뜸이로다 거드렁거리고 지내보세
(중모리) 녹음방초 승화시에 해는 어이 더디간고 그달 그믐 다 보내고 오월이라 단오일에 천중지가절이요 일지지창외 허여 창창한 숲 속에 백설이 잦았구나 때때마다 성현 앞에 산양자치 나단말가 광풍제월 너른 천지 연비어역 하는구나 백구야 날지마라 너 잡을 내 안간다 승상이 버렸으매 너를 쫓아 여기왔다 강산의 터를 닦아 구목위소 허여두고 나물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한가 일촌간장 맺힌설움 부모님 생각뿐이로구나 옥창앵도 붉었으니 우너정부지 이별이야 송백수양 푸른가지 높다랗게 그네매고 녹의홍상 미인들은 오락가락 노니는데 우리 벗님 어데가고 단오시절인 줄 모르는구나 그달 그믐 다 보내고 유월이라 유두일에 건곤은 유의하야 양신이 삼겼어라 홍로유금 되었으니 나도 미리 피서하야 어데로 가자느냐 갈곳이 막연쿠나 한곳을 점점 들어가니 조고만한 법당안에 중들이 모여서서
재맞이를 하느라고 어떤 중은 꽝쇠들고 또 어떤 중은 바라들고 어떤 중은 목탁을 들고 조그마한 상화자하 다래몽둥 큰 북채 양손에 갈라쥐고 큰북은 두리둥둥 꽝쇠는 꽈광강 바라는 차르르르 목탁 다그락 뚝닥 탁자 앞에 늙은 노승하나 가사착복 으스러지게 매고 꾸벅꾸벅 예불허니 연사모종이라고 허는데요 저절로 찾아가서 재맞이 밥이나 많이 얻어먹고 우리 고향을 어서가세
(아니리) 그때여 심봉사가 뺑덕이네를 다리고 황성을 올라가는디 가다가 날이 저물어 한 주막에 들었던가 보더라 그때여 뺑덕이네 이 몹쓸년은 황봉사라는 젊은봉사아 눈이맞어 밤중 도망을 허였구나. 심봉사 뺑덕이네를 잃어버리고 혈연단신으로 황성을 올라가는디
(중모리) 올라간다 올라간다 황성천리를 올라갈제 주막밖을 나서드니 그래도 생각나서 섰던 자리에 덥석 주저 앉더니 뺑덕이네야 뺑덕이네 뺑덕이네야 세상천지 몹쓸년야 눈뜬가장 배반키도 사람치고는 못할텐데 눈 어둔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될소냐 새서방 따라서 잘살어라 바라만 우르르르르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고 나뭇잎만 버석 떨어져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헌다. 그렁저렁 길을 걸어 한곳을 당도허니 산내유수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물이 쭈르르르르 저 골물이 콸콸 열의 열이 열두 골물이 한테로 합수쳐 천방 지방저 월턱져 구부져 청산유수는 골골이 흘러내려 사람의 정신을 돋우워낸다
(중중모리) 심봉사 좋아라도 물소리 듣고서 반긴다 얼시구나 절씨구 저러한 물에서 목욕허면 서러운 마음도 씻을테요 맑은 정신이 돌아올테니 어찌 아니가 즐거운가 얼씨구나 절씨구야 목욕을 헐양으로 상의하복 훨훨 벗어 지팽이로 눌러놓고 더듬더듬 들어가 물에가 풍덩 들어서며 애 시원하고 장히좋다 물 한 주먹을 덥벅 쥐어 양치질도 퀄퀄 치고 또 한 주먹을 덥벅 쥐어 가슴도 훨훨 문지르며 애 시원하고 장히좋다 삼각산 올라선들 이에서 시원하며 동해유수를 다 마신들 이에서 시원하라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둠벙둠벙 좋을씨구
(아니리) 목욕을 허고 수변에 나와 의복을 입으랴헐제 어느 무지한 도적놈이 심봉사의 의관의복을 몽땅 도적질해 갔구나 "아 내간 분명 옷을 벗어서 여기에서 지팽이로 눌러놨는듸 어딜갔어 혹 바람에 날려갔나? 옳지 지팽이는 여기 있는 것이 분명 이 근처에 있것는디....어딜갔어 누가 나하고 농헐라구 실쩍 감춘 것 아녀 어서내놔 내 의복내놔"
(창조) 아무리 부르고 찾아봐도 적막장산 대답이 없거날 이제야 도적맞은 줄 짐작허고 그 자리 엎드려 져서
(늦은 중모리) 어허 이제는 꼭 죽었네 어허어 이제는 영 죽었네 불꽃같은 이 더위에 옷을 훨씬 벗었으니 디어서도 죽겠구나 알몸이 되었으니 굶어서도 꼭 죽었네 백수풍산 늙은 몸이 황성길을 어이 갈거나 이 무지한 도적놈들아 내 의복 가져오너라 먹고 입는 남는 허다헌 바잣집 다 버리고 내 것을 가져가니 그게 차마 될말이냐 봉사옷 가져가면 열두대 줄봉사난단다 내 옷 가져오너라 나 어쩌다 훨씬 벗었소 귀머거리 앉은뱅이 날보다는 상팔자라 일월이 밝았으나 동서분별 내 못허니 살아있는 내팔자야 모진 목숨죽지도 못허고 내가 이 지경이 웬일이냐
(아니리) 이렇게 설리울제 그때 마침 무릉태수 그 곳을 지나시다 심봉사 가긍한 거동을 보시고 상하 의복 한벌 내어 주시니 심봉사 받어입고 백배 치사헌 연후에 낙수교를 얼른 넘어 녹수정을 들어가니 그때는 마침 농번기라 그 마을 부인들이 모여 방아를 찧다가 심봉사를 보고 농을 청하것다 "저기가는 저 봉사도 황성 맹인잔치가는 봉사이지맨 여보시오 봉사님" "예" "그리 가지말고 이리와서 방아나 좀 찧어주고 가시오" "거 방아를 찧어주면 그냥 찧어준단 말이요" "아 방아를 찧어주면 밥도 주고 술도 주고 고기도 주고 담배도 주고 허지요" "허 참 실없이 여러 가지 것 준다 일포식도 재수라 허였으니 어디한번 찧어봅시다"
(중중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떨크덩덩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이방애가 뉘 방에 강태공의 조작이로다 어유화 방요 태고라 천왕씨는 이 목덕으로 왕허였으니 낭기아니 좋을시구 어유화 방아요 유소씨 구목위소 이런 나무로 집지셨나 어유화 방아요 떨거덩 떵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옥빈 홍안의 비녀란가 가는허리에 잠이 질렀구나 어유화 방아요 머리 들어서는 오르는 양은 창해 노룡이 성을 낸듯 머리 숙여 내린양은 주문왕의 돈술런가 어유화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왕 궁녀의 허릴런가 어유화 방아요 떨거덩덩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오거대부 죽은후에 방아소리가 끝쳤더니 우리승상 즉위 허서 국태민안 하옵신대 하물며 맹인잔치는 고금의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 방아타령을 허여보세. 어-유화 방아요. 떨거덩덩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라.
(아니리) 여보세요 부인네들 우리가 일허게 방아를 느리게 찧지말고 바쁜게 좀 싸개싸개 찧어봅시다. 그래봅시다
(자진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 유화 방아요 만첩 청산을 들어가 길고 곧은 솔을 베어 이 방아를 놓았는가 어유화 방아요 방아를 만든 모양이니 사람을 비양튼가 두다리를 쩍 벌였구나 어- 유화 방아요 한 다리 올려 놓고 한 다리 내려놓고 오르락 내리락 허는 양 이상하고도 맹랑쿠나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떨거덩덩 잘 짛는다 어유화 방아요 황성천리 가는 길에 방아찧기도 처음이로구나 어유화 방아요 고소허구나 깨방아 찐득찐득 찰떡방아 어유화 방아요 호호맵다 고추방아 어유화 방아요 어허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점심참이 늦었구나 어유화 방아요 떨거덩 떵떵 잘짛는다 어- 유화 방아요
(중모리) 이산저산 꽃이피면 산림풍경 너른 들 만자천홍 그린 병풍 앵가접무 좋은 풍류 세월 간줄 모르게되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구나 나도 어제는 청춘이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은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갈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있나 봄이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고 여름이 오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들 또한 경계 없을소냐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쟎는 황국단풍은 어떠하며 가을이 가고 결울이 되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이 펄펄 휘날리어 월백 설백 천지백 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일레라 봄은 왔다가 연년이 오건만 내 청춘은 한번가고 다시올줄을 모르네그려 어화세상 벗님네들 인생이 모두 백년을 산대도 인수순약 격석화요 공수래 공수거 늘 짐작허신 이가 몇몇인고 노세 젊어서 놀아 즑어지면은 못노느니라 놀아도 너무 허망히 늙어지면서 후회되리니 바쁠 때 일하고 한가할 때 틈타서 이렇듯이 친구 벗님 모아앉아 하잔 더 먹소 덜 먹소 허여가며 헐일을 허면서 놀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