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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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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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화세상 벗님내들 백년영화가 그 얼만고
봉망산 묻힌 벗님 영화마다고 묻혔던가 인생의 희로애락 일장춘몽이 그 아닌가 서산의 해는 지고 남산의 산새들은 집을 찾아 날아드니 황혼일시 분명허고 부귀영화가 그 얼만고 이산 저산 들어가서 칡뿌리로 요기허고 반짐나무를 걸머졌구나 우중충충 내려가니 왕무장상이 부럽잖고 세상풍전이 난이로구나 이런성 저런성 지내여 보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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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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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그대여 어사또는 춘향생각에 더욱 마음 답답하여 급급히 길을 걸어 남원으로 들어가시는디 (진양조) 박석고개를 넘어서서 좌우산천을 둘러보니 산도보던 청산이요 물도보던 물이다마는 물이야 흘러갔을 것이니 그물이 그저 있겄느냐 광한루야 잘있더냐 오작교도 무사헌가 동림숲을 바라보니 춘향과 나와 둘이 앉어 이별허던 곳이로구나 선원사 저문종성은 예듣던 소리로다 북문안을 들어서니 서리 역졸이 발서모와 어사또전에 문안커늘 어사또 서리 역졸을 분부허시되 명일거행은 여차 여차 하여라 일러보내고 춘향집을 찾어갈적에 일락서산허여 황혼이 되니 집집마다 밥을 짓노라 저녁연기 자욱허여 분별헐길이 전혀없네 차츰차츰 춘향집에 당도허니 시비앞에 졸던개 컹컹짖고 내닫는다 저 개야 짖지마라 주인과 같은 손이로다 뜰옆에 벽오동밑에 백두루미 잠들었다 밖에 인적이 얼른허니 화계단장 넘을랴고 한날개는 반만펴고 또 한날개를 좌르르르 혈적에 뚜루루루루루루 낄룩 긴 다리는 징검 징검 알옥성이 그이허구나 집안형상 살펴보니 옛 모양이 전혀없네 안채는 다슬리여 앞벽에는 외만남고 행랑채는 허무러지고 중문깐은 흐너지고 화초밭은 잡초나고 연못도 메어지고 부용당은 기우러졌네 문우에 부벽서는 풍마우습 다 떨어지고 봄춘자만 남았구나 저 춘짜는 있다마는 주인춘짜는 없네 그리여 대문안을 들어서서 춘향방을 살펴보니 상산사호 붙인 그림 네노인은 어데가고 바둑판만 희미헌듸 창전에 옛절개는 녹죽창송뿐이로다 중문깐을 들어서니 통곡인지 호소인지 원망인지 처량헌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리거늘 취병뒤에가 은신허고 동정을 살펴보시니 그때에 춘향모친은 후원에 단을 몰고 새사발에 정화수를 떠서 새소반을 바쳐놓고 통곡재배로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에 비나이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의동심 허옵소서 임자생 성춘향은 낭군위허여 수절허다 명재경각이 되었으니 삼청동 이몽룡을 어서 수히 급제시켜 전라어사나 전라감사나 양단간에 수히허여 오늘이라도 남원을 오시어 춘향을 살리게 허여주오 이렇듯 빌더니만은 그 자리에 퍽석 주저않어 아가 춘향아 예끼천하 몹쓸년아 양반서방이 얼마나 좋더냐 늙은 어미를 어쩔라고 이팔청춘 젊은년이 생주검이 웬일이냐 어디가서 삼겨나지도 못허고 죄많은 내게와 삼겨나서 어미죄로 너 죽느냐 춘향아 금지옥염 내 자식을 애비없이 길러내어 이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향단아 단상에 물가러라 지성신공도 오늘밖에 또 있느냐 어사또 그 거동을 보더니마는 하염없던 눈물이 빙 빙 돌며 목이메여 말을 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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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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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오 내가 어사헌 것을 우리 선영덕인 줄 알았더니 우리 장모의 덕이 반절이로구나 그러나 내 이 모양으로 갔다가는 저 늙은이 성질에 한번 쥐여뜯을 모양이니 내 잠깐 속여다가 저 늙은이 화가 좀 꺼진담에 들어가야 쓰겠구나 밖에서 춘향모를 찾는듸 무슨 사람이 많이와서 무슨 농담헐랴고 부르듯이 꼭 찾던 것이였다 일오느라 게아무도 없느냐 일오느라 일오느라 춘향모 울다가 깜짝놀래 아이구 야 향단아 전일에는 이런일이 없더니 너의 아씨게 죽게되니 성주 조왕이 모두 발동이 되어 저러나부다 니가 좀 나가보고 오니라 향단아 여짜오되 마나님 그게 아니오라 밖에서 누가 마님을 찾아요 아이고 야야 누가 이 정황없는 나를 찾는단 말이야 니가 나가서 우리 마님 안계신다고 따보내라 향단이 충충 나오더니 여보시오 누구를 찾으시오 오 나는 너의 마나님을 잠깐 보러 왔으니 너의 마나님 좀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우리 마나님 밖에 나가시고 안계시오 오! 너의 마나님 안계시거던 서울 삼청동 이몽룡씨 잘되라고 지금 후원에서 빌던 그 양반 좀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향단이 다시 들어와 마나님 밖에서 그 사람이 비는 소리 다 듣고 마나님만 꼭 나오시래요 어서 좀 나가보세요 거 누가 정황없는 나를 오니라 가니라 이리 소란스럽다냐 춘향모이 화낌에 나오것다 (중중모리) 춘향모친이 나온다 춘향어머니 나온다 춘향자친이 나온다 춘향자당님이 나온다 춘향대부인이 나와 사나운 늙은이 나온다 이도령 빙모가 나온다 어사또 장모가 나온다 백수미발의 파뿌리된 머리 가달가달이 들어얹고 구부러진 허리 손들어 얹고 모양이 없이 나온다 거 뉘가 날 찾나 거 누구가 날 찾어 날 찾으리가 없것마는 거 누구가 날 찾어 남원 사십팔방중에 나의 소문을 못들었나 칠십당년 늙은 년이 무남동녀 외딸 하나를 옥중에다가 넣어두고 명제경각 대여지서 정신없이 들고 나를 무엇허려고 찾아와 에~ 익 나를 모르나 내가 왔네 경세 우경년허니 자네본지가 오래여 세거인두 백허니 백발이 완연히 되어 자네 일이 말이 아니로세 나를 모르나 어어 자네가 나를 몰라 워따 이 사람아 말을 허소 말을 해야 내가 알지 덮어놓고 모르냐고 허니 내가 자네를 알수있나 해는 저 저무러지고 성부지 명부지 헌듸 내가 자네를 어찌알어 허허 늙은이 날 몰라 허허 늙은이 망령이여 나를 모르나 어어 자네가 날 몰라 내 성이 이가래도 자네 나 날 몰라 이가라니 어떤 이가여 성안성만 많은 이가 어느 이간줄 내가 알어 자네는 성만있고 이름은 없는가 에헤 허허 장모 날 몰라 어허 늙은이 망령이여 나를 모르나 어이 장모 자네가 날 몰라 장모라니 누구여 남원읍내 오입쟁이들 아니꼽고 더럽더나 내딸어린 춘향이가 외인상대를 아니허고 양반서방을 허였다고 공연이 미워허여 명재경각되었으니 너의 마음들이 시원허여 쉰사 한마디는 아니허고 내 문전으로 지내면서 빙글빙글 비웃으며 여보게 장모 장모라면 환장헐줄로 장모라면 이갈리네 듣기싫다 어서가소 허허 장모 날 몰라 허허 늙은이 망령이오 자네가 나를 모른다고 허니 거주성명을 일러줌세 서울 삼청동사는 춘향낭군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춘향어무 이 말을 듣고 어간이 벙벙 흉중이답답 두 눈이 캄캄 한참말을 못하더니마는 우루루루루 달려들어 어사또 목을 안고 아이고 이거 누구여 몽룡이란 말이 왠말인가 참말인가 헌말인가 어디보세~ 아이고 이 사람아 어데를 갔다가 이제야 나를 찾어 왔는가 아니 자네가 참으로 이몽룡인가 어디좀보세 어디 왔구나 우리 사우 왔네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가 얼시구나 내사우야 하날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속에 쌓여왔나 에기 천하 독헌사람아 어찌 그리도 무정헌가 가더니마는 영영잊고 일장수서가 돈절이되니 어찌 그리도 무정헌가 야속허다고 일렀더니 어디를 갔다가 이제와 들어가세 이 사람아 뉘집이라고 아니들어오고 문밖에 와서 개를 짖키는가 들어가서 들어가세 내방으로 들어가 (아니리) 어사또 방으로 들어가 상좌에 좌정한 후에 향단이 절을 허며 소녀 향단이 문안이요 워따 향단이 인제 너의 아씨는 살었다 어서 건너방에 가서 점화좀 허고 뒷숭어미 불러 진지 짓으라허고 고두쇠 불러 관청에 가 고기 사오라고 허고 너는 너거 닭잡어 찬수 잔막해라 그러고 향단아 우선 그 촛불 좀 가져오니라 어사또 이 말 듣고 촛불은 무엇하려고 이리 급작스럽게 야단인가 아이고 우리 사우 얼굴을 좀 봐야 허것는듸 눈이 침침해서 보여야제 아 이사람아 내일 아침에 보아도 실껀 보고 남을 것을 무엇이 급해서 이야단인가 (창조) 워따 이사람아 자네는 장부의 마음이라 마음이 넉넉허여 이러지마는 나는 밤이나 낮이나 우리 사우 예전얼굴 예전태도가 그대로 있는가 어서 좀 보세 이사람아 향단이 촛불을 가져오니 춘향어무 받어들고 안질않는 뱁새눈 뽄으로된 눈을 요리씻고 저리씻더니마는 어사또를 자세히 살펴보니 걸인중에도 대방걸인이 되어 코만 훌적훌적하고 앉았것다 춘향어무 간담이 서늘하여 어사또를 정신없이 물그러미 보더니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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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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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모리)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고 떴다가 절컥 주저앉더니 밖으로 다시 우루루루루루루루 것둥거러 후원으로 가서 정화수 그릇을 두리쳐메어 와당탕 와그르르르르르 탕탕 부드치며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백일정성을 드리면은 아니된다는 일 없다는디 밸발이 흐날린머리 물마를날이 없이 당상천룡에 엎드러서 우리사우 잘되라고 하나님전에 축수를 허었더니 하나님도 노천이 되신지 살펴주실줄 모르시네 못믿겄네 얼굴도 못믿겄네 책방에서 글 읽을 때는 밤이나 낮이나 보고보고 또 보아도 귀골로만 삼겼기에 천번이나 만번이나 믿었더니만 믿었던 일이 모도다 허사로구나 설마 설마 허였더니 설마가 사람을 상허네 그리여 이제는 잘되라고 빌어볼데도 없게되니 죽었구나 죽었구나 우리모녀는 다 죽었네 아까워라 내 자식이 이팔시절 좋은 때를 만종록을 못누리고 어미를 잘못만나 원통허게 죽것구나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어사또를 바라보며 아이고 저것 누구여 워따 저 구관 사도자제 모양 좀 보소 워따 저 열녀 춘향 서방 좀 보소 우리 사우 곱던 얼굴 과객형상이 웬일이냐 (아니리) 어사또는 시침을 뚝 띄고 앉어 우는 춘향모속만 더 답답허게 꾸미고 있던 것이였다. 장모 내 얼굴이 많이 변했제 아 내가 춘향에게 장가올때는 얼굴 좋았지 얼굴뿐만이 아니라 형세로 두고 멀허드라도 서울서 둘째가라면 설게 알던 형세와 또 아버지가 남원오셔서도 돈 많이 벌어 가셨것마는 아 그 돈이 나발소리들은 돈이라 그런지 허망허게 달아나 버리데 그려 헐수 있나 집안이 그렇게 딱 망허고나니 내 꼴도 이렇게 되네 그려 아버지께서는 일가댁 사랑에나가 학장질허시고 어머니는 외가로 가시고 나는 친구 사랑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세마치) 풍년에 듣자허니 춘향이 본관수청을 들어 아주 잘되었다기에 돈백이나 얻어쓰랴고 불원천리로 내려오다 수원을 들리자니 관상인 있다기로 상을 좀 뵈였더니 상은 과연 명상이야 내가 이렇게 망헌 것은 내 팔자소관이요 내가 이렇게 안되었으면 삼재팔란 그 운땜 허느라고 나다려 발서 죽었으리라 허데 그려 그러나 이렇게 얻어먹다가 그냥 마는게 아니라 내가 여든 세 살만 먹고보면 부귀공명을 내우에 더헐놈 없으리라니 그때까지만 기다려주게 (아니리) 춘향모 어이없어 어사또를 이만허고 보더니만 흐흐 사람이 저지경이 되면 뱃속치레보텀 해야 헐일이며 자네 부귀공명허기 기다릴랴다가 내 딸 춘향 옥중에서 환갑 진갑 다 지나가게 내 딸 하나 죽어버리면 자네 잘된 것 내게 아무 소용없어 춘향모가 속에 울화나는대로 허면 당장 가라고 야단이 나겄으니 차마 그렇게 헐수는 없고 살살 말로 따서 쫓을 작정이였다 이서방 말씀을 들으니 가이없오마는 내 신세를 생각허면 더 기가막힐 지경이요 내가 어느 아들이 있을가 아들겸 그것하나만 믿고 사는터에 지가 저렇게 죽게되니 낸들 무슨 재미로 세간두겠오 나도 이집 벌서 팔아먹고 세간등물로 싹 팔아먹고 춘향 밈 양식꺼리가 없오 이 서방은 이골 구관 사또자제라 저녁은 물론 잡숴을터이지마는 우선 주무실레야 주무실데가 없오 춘향방 있다 해도 불땔래야 나무도 없고허니 저 시원한 문루에나 널널한 객사동대청에 가서 주무시고 내일아침이나 집에와 잡수던지 또 거기 어디서 잡술데 있으면 잡숫고 바로 돌아서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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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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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중모리)
향단이 듣다가 여짜오듸 마나님 그리마옵소서 쌀 한되면 밥을 짓고 나무 한뭇으면 불때지요 한방에서 주무신들 무슨 허물이 있오리까 서방님 고라시 허셨단 말 아가씨 들으시면 옥중자결 할터이니 너무 그리 괄시마오 만단으로 위로허고 밖으로 나가더니 기둥안고 돌아서서 옥있는곳 바라보며 치마자락 글어다가 눈물흔적 씻으면서 아이고 아가씨 무슨죄가 지중허여 이지경이 웬일이요 서방님 정대허신 처분아가씨 착헌마음 어찌 복을 못받는고 하나님도 망령허사 살펴주실 줄을 모르시네 아이고 아가씨 의지헐곳 바이없는 노래허신 마나님과 혈혈단신 소녀몸은 뉘기를 믿고 사오리까 칙은헌 울음소리 어사또도 목이매여 오냐 향단아 우지마라 마라 마라 우지를 마러라 이 애 향단아 우지마라 천붕우출이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는 있는 법이니라 이 애 향단아 우지마라 우지마라 우지마라 (아니리) 춘향모 더욱 기가막혀 어사또를 이만허고 보더니마는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귀신이 작희를 허는가 조물이 시기를 허는거나 서방님도 저지경이 되었으니 내 딸 춘향이 영영죽네 죽어도 원혼이나 안되게 가서 얼굴이나 한번 뵈여주시오 아 글세 내가 이리될줄 알었으면 내가 공연히 왔거든 내가 가본들 살려낼 재주도 없고 쓸데없는 일인디 그러나 저는 날로인하여 죽게된 사람인데 여기까지 왔다가 아니 가볼수 있나가세 하며 일어서니 춘향모 깜짝놀래 가셔도 아직은 못가시오 신관사또가 공연한 건강짜로 밥이나 미음을 넣어줘도 사내손으로는 못넣어주게허고 옥문거리 흰개꼬리하나 얼른 못허게 허는데 만일 서방님인줄 알면 뭍죽음이 날것이니 파루나 치거던 가옵시다 파루치기를 기다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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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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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조)
초경 이경 삼사오경이 되니 파루시간이 되는구나 파루는 뎅 뎅 치는듸 옥루는 잔잔이라 춘향어무는 정신없이 앉어있고 향단이는 파루소리를 들을랴고 대문밖에 서있다가 파루소리를 듣고 마나님 바루 첫나이다 아가씨에게 가사이다 오냐 가자 어서가자 갈시간도 늦어가고 먹을 시간도 늦었구나 향단이는 앞을 서고 걸인 사위는 뒤를 따러 옥으로 내려갈제 범적적 깊어지니 인적은 고요허니 밤새들만 북 북 옥문거리를 당도허여 옥문걸쇠를 부여잡고 찌긋 찌긋 흔들며 사또가 알가 염려되어 크게 부르진 못허고 속으로 자진허여 사정이 사정이 아이고 이 원수놈 또 투전하러 갔구나 아가 춘향아 애미왔다 춘향아 이렇듯이 춘향을 부르고 자진을 헐제 그때에 춘향이는 내일 죽을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여 칼머리 베고 누웠다가 홀연히 잠이들어 비몽사몽간에 남산백호가 옥담을 뛰어 넘어들어 춘향앞에 와 우뚝 주홍입 쩍 어헝 으르르르르 깜짝놀래 바라보니 백호가 변허여 도련님이 곁에 앉어 춘향아 내가 왔다 옥중고생이 어떠하냐 춘향아 은은히 부르거늘 도련님 손길을 덤벅 잡고 아이고 도련님 소스러쳐 잠을 깨니 도련님은 간데없고 몸에서 땀만 주루루루루루 빈 칼머리만 잡었구나 춘향마음이 산란허고 허망허여 벌렁 벌렁 떨고 앉었을제 불럼소리가 언뜻언뜻 들리거늘 밖에 누구왔오 오냐 어미왔다 아니고 어머니 이밤중에 어찌 또 오시였오 오냐 내가 너다려 할말이 있어 왔다 이놈의노릇을 어찌를 헐그냐 이만 쪼금 나오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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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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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모리)
춘향이가 나오는듸 형문맞인 다리 더덕이저서 촌보헐길이 바이없고 목에 갈몽우리서서 목놀릴길이 전혀없네 칼머리는 두손으로 들어이만큼 옮겨놓고 형문맞인 다리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아푼 것을 참느라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다리야 뭉그적 뭉그적 나오면서 아이고 어머니 왜 또 오시었오 춘향어무 옥문틈으로 춘향 형상을 살펴보고 어사또 모양을 보니 오기가 불꽃같이 일어나 오냐 왔드라 오다니 누가와요 서방님은 오실리 없어 서울서 편지왔오 으응 오장없는 년 차라리 그전대로 있고 편지나 왔으면 늬가 좋게야 통채왔드라 아이고 어머니 통채오다니 날 태워 갈라고 가마가 왔오 너 죽으면 태워갈 들것도 안왔드라 아이고 그러면 누가와요 답답허여 못살것오 어서어서 말씀허오 내 평생 앉어도 서방 누어도 서방 잠을 자도 서방 죽어가면서도 서방서방 허든 너의 서방 이몽룡씨 비렁거지되어 여기왔다 어서급히 얼굴 보아라 춘향이 이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 두 눈이 컴컴하여 한참 말을 못허더니만 겨우 정신을 수습허여 빈손만 내저으며 서방님이 오시다니 서방님이 오셨거든 내의 손에 잡혀주오 꿈에 잠간 보던님을 생시에도 내가 보것구나 춘향어무 기가막혀 아이그 쯔쯔쯔쯔 저 빌어도 못먹을년이 잘된 것 왔단 말 듣더니마는 단박에 환장을 허네그려 어머니 그게 웬 말씀이요 잘 되어도 나의 낭군 못되어도 나의 사랑 고관대작 나는 싫고 만종록도 내사 싫소 천장으로 정한 배필 좋고 실고 웬말씀이요 나를 찾어 오신낭군 어찌 그리 괄세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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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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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어사또 들어서며 춘향아 옥중 고생이 어떠허냐 이것이 네죄가 아니라 모두가 나의 불찰이다 서방님 옥문으로 손을 넣어 나를 좀 붙잡아 주시오 어사또 급헌마음 옥문으로 손을 넣어 춘향손을 잡으랴하나 네 서로 손이 닳지 않어 잡을수가 없는지라 장모 여기 업듸소 자네 밟고 서서 춘향손 좀 잡을라네 아이고 저런 잡것 속담에 미운것이 우줄그려가면 똥싼다더니 영락없네 그려 (창조) 춘향이 겨우 우신허여 간신히 손을 잡고 발발발발 떨며 서방님을 바라보는듸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중모리) 어디갔나 이제왔오 동류위수 맑은 물에 여상보러 갔다왔오 영수에 귀를 씻던 소부보러 갔다왔오 원앙수침 호접몽 새사랑에 잠겼었오 무정허고 야속헌님 어찌 그리 더디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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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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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모리)
춘향이가 마즈막으로 허는듸 서방님 내일 본관사또 생신잔치 끝에 나를 올려 죽인다니 날올리라고 영이 내리거던 칼머리나 들어주고 나를 죽여 내어놓거던 다른사람 손대기전에 서방님이 삯군인체 달려들어 나를 업고 물러나와 우리들이 인연맺던 부용당에 날뉘이고 옥중에서 서방님을 그려 간장씩은 역류수 땀내묻은 속적삼버꺼내여 세 번 불러 초혼허고 서방님 속점삼벗어 내의 가삼을 덮어주오 수의입관도 나는 싫고 서방님이 나를 안고 정결한 곳 찾아가서 은근히 묻어주고 묘앞에다 표석을 세워 수월전사 춘향지묘라 크게 색여 주옵시면 아무여한이 없겟네다 어사또 이 말을 듣고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내일 날이 밝거드면 상여를 탈지 가마를 탈지 그 속이야 뉘가 알랴마는 천봉우출이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는 있는 법이요 극성이면 필패라니 본관이 네게 너무 극성을 피었으니 무슨 패를 볼지 알겄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