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은 사회성 짙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해온 대한민국의 가수, 시인, 작사가, 작곡가, 문화운동가, 사회운동가이다. 서정성과 사회성을 모두 아우르는 노랫말을 직접 쓰고 이를 국악적 특색이 녹아 있는 자연스러운 음률에 실어서 작품을 발표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표적인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음악 활동에 그치지 않고 각종 문화운동과 사회운동에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운동가이기도 한 정태춘의 활동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1990년대 초에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전개하여 1996년 헌법재판소의 '가요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일이다. .... ....
문승현이는 쏘련으로 가고 거리엔 황사만이 그가 떠난 서울 하늘 가득 뿌옇게, 뿌옇게 아, 흙바람... 내 책상머리 스피커 위엔 고아 하나가 울고 있고 그의 머리 위론 구름 조각만 파랗게, 파랗게 그 앞에 촛대 하나 김용태 씨는 처가엘 가고 백선생은 궁금해하시고 "개 한 마리 잡아 부른다더니 소식 없네. 허 참..." 사실은 제주도 강요배 전시회엘 갔다는데 인사동 찻집 귀천에는 주인 천상병 씨가 나와 있고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커피 주라 나 먼저 커피 주라 저 손님보다 내가 먼저 왔다 나 먼저 줘라. 나 먼저 줘라." 민방위 훈련의 초빙 강사 아주 유익한 말씀도 해주시고 민방위 대원 아저씨들 낄낄대고 박수 치고 구청 직원 왈 "반응이 좋으시군요. 또 모셔야겠군요." 백태웅이도 잡혀가고 아, 박노해, 김진주 철창 속의 사람들 철창 밖의 사람들 아, 사람들... 작년에 만삼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천이삼백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천이백여 명의 농민이 농약 뿌리다 죽고 또 몇 백 명의 당신네 아이들이 공부, 공부에 치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고, 죽고, 죽고...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압구정동에는 화사한 꽃이 피고 저 죽은 이들의 얼굴로 꽃이 피고 그 꽃을 따먹는 사람들, 입술 붉은 사람들 아, 사람들... 노찾사 노래 공연장엔 희망의 아침이 불려지고 비좁은 객석에 꽉찬 관객들 너무나도 심각하고 아무도, 아무 말도... 문승현이는 쏘련에 도착하고 문대현이는 퇴근하고 미국의 폭동도 잦아들고 잠실 야구장도 쾌청하고 프로 야구를 보는 사람들, 테레비를 보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거친 베옷 입고 누우신 그 바람 모서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바람 거센 갯벌 위로 우뚝 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라 무덤 하나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스쳐갈 뿐 아, 향불 내음도 없을 갯벌 향해 뻗으신 손발 시리지 않게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모진 세파 속을 헤치다 이제 잠드신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길도 없는 언덕배기에 상포자락 휘날리며 요랑 소리 따라 가며 숨 가쁘던 그 언덕길 지금은 싸늘한 달빛만 내리 비칠 아, 작은 비석도 없는 이승에서 못다 하신 그 말씀 들으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지친 걸음 이제 여기 와 홀로 쉬시는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펄럭이는 만장 너머 따라오던 조객들도 먼 길 가던 만가소리 이제 다시 생각할까 지금은 어디서 어둠만 내려올 뿐 아, 석상 하나도 없는 다시 볼 수 없는 분 그 모습 기리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 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 마음 사로 잡는데 차갑게 식지 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빗줄기 흐르는 나뭇잎 사이로 뿌옇게 비치는 가로등 불빛 나 홀로 외로이 비를 맞으며 젖은 옷깃세우고 어딜 가나 그녀 돌아선 길목위로 촉촉히 적시며 내리던 비 가버린 사랑을 가슴에 새기며 내리는 빗속을 나는 간다 비야 부슬비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라 비야 부슬비 사랑의 빗물로 내려라 공휴일 고궁의 산책길에 우리의 머리위로 내리던 비 마주 잡은 우리들의 잡은 손에도 사랑으로 적시던 부슬비 이제는 그 길을 홀로 걸으며 그녀 돌아선 길목위로 가버린 사랑을 가슴에 새기며 나 홀로 나 홀로 걸어간다 비야 부슬비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라 비야 부슬비 사랑의 빗물로 내려라
해는 기울고, 한낮 더위도 식어 아드모어 공원 주차장 벤치에는 시카노들이 둘러앉아 카드를 돌리고 그 어느 건물보다도 높은 가로수 빗자루 나무 꼭대기 잎사귀에 석양이 걸릴 때 길 옆 담벼락 그늘에 기대어 졸던 노랑머리의 실업자들이 구부정하게 일어나 동냥 그릇을 흔들어댄다 커다란 콜라 종이컵 안엔 몇 개의 쿼터, 다임, 니켈 남쪽 빈민가 흑인촌 담벼락마다 온통 크고 작은 알파벳 낙서들 아직 따가운 저녁 햇살과 검은 노인들 고요한 침묵만이 음, 프리웨이 잡초 비탈에도 시원한 물줄기의 스프링쿨러 물 젖은 엉겅퀴 기다란 줄기 캠리 차창 밖으로 스쳐가고 은밀한 비벌리 힐스 오르는 길목 티끌, 먼지 하나 없는 로데오 거리 투명한 쇼윈도 안엔 자본보다도 권위적인 아, 첨단의 패션 엘 에이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나오다 원유 퍼 올리는 두레박들을 봤지 붉은 산등성이 여기 저기, 이리 끄덕 저리 끄덕 노을빛 함께 퍼올리는 철골들 어둠 깃들어 텅 빈 다운타운 커다란 박스들과 후진 텐트와 노숙자들 길 가 건물 아래 줄줄이 자리 펴고 누워 빌딩 사이 초저녁 별을 기다리고 그림 같은 교외 주택가 언덕 길 가 창문마다 아늑한 불빛 인적없는 초저녁 뽀얀 가로등 그 너머로 초승달이 먼저 뜬다 마켓 앞에서 식수를 받는 사람들 리쿼에서 개피 담배를 사는 사람들 버거킹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 아, 아메리카 사람들 캘리포니아의 밤은 깊어가고 불 밝은 이층 한국 기원 코리아 타운 웨스트 에잇스 스트리트 코메리칸 오피스 주차장 긴 철문이 잠길 때 길 건너 초라한 아파트 어느 골목에서 엘 에이 한 밤의 정적을 깬다 "백인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미국에 와서 백인들을 잘 못 보겠어" (따당, 따당땅, 따당 땅 땅) 한국 관광객 질겁에 간 떨어지는 총소리 따당, 따당땅, 따당
육만 엥이란다 후꾸오까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 버스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 나루 아이스 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 사일 풀코스에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까스 불에 은어 소금구이 혓바닥 사리살살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음, 음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낚싯대 접고, 고무 장화 벗고 순천의 특급 호텔 싸우나에 몸 풀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써비스 한 번 볼만한데 음, 음 환갑내기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그저 아이스 박스 가득,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그 맑은 몸값이 육만 엥이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나니나니나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온종일 불던 바람 잠들고 어둠에 잿빛하늘도 잠들어 내 맘의 창가에 불 밝히면 평화는 오리니 상념은 어느새 날아와서 내 어깨 위에 앉아 있으니 오늘도 꿈속의 길목에서 날개 펼치려나 내방에 깃들인 밤 비단처럼 고와도 빈 맘에 맞고 싶은 낮에 불던 바람 길은 안개처럼 흩어지고 밤은 이렇게도 무거운데 먼 어둠 끝까지 창을 열어 내 등불을 켜네 긴긴밤을 헤메이다 다시 돌아온 상념은 내방 한구석에서 편지를 쓰네 나도 쓰다만 긴 시를 쓰고 운따라 흠흠 흥얼거리면 자화상도 나를 응시하고 난 부끄럽네 이런 가난한 밤 이런 나의 밤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간다 별빛 차가운 저 숲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세존이 다녀가셨나 본당의 목탁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 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 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 계단의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리길 너머 파도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북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노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온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하고 부를 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 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이 떠 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그네를 딛고 올라서서 흔들흔들 흔들어 보자 솟아라 보자 그네야 높이 솟아서 먼데 보자 쌍무지개 끈을 달아 학 타고 날 듯 하늘에 올라 산너머 사당의 내 님을 보자 꽃같이 어린 님 내 님을 보자 오월 훈풍에 옷자락 날리며 그네에 올라 높이 솟아라 청치마 홍치마 바람에 날리며 훨훨 높이 솟아보자
어둠이 내 방에까지 밀려와 그 우수의 계곡에 닻을 내리면 미풍에도 떨리는 나무잎처럼 나의 작은 공상은 상처받는다 빗물마저 내 창 머리 때리고 숲 속의 새들 울음 간혹 들리면 멀리 날고픈 내 꿈의 날개는 지난 일기장 속에서 퍼득인다 아하, 날개여 날아보자 아하, 날개여 날자꾸나 등불을 끄고, 장막을 걷고, 그림자를 떨쳐 버리고 내 소매를 부여잡고 날아보자 먼동에 새벽 닭이 울기까지라도 에 헤이, 에 헤이 기다리지도 않고 맞은 많은 밤들 어쩌면 끝내 돌아가지 않을 듯한 무거운 침묵 꿈 꾸듯 중얼거리는 나의 독백도 방황의 사색 속에 헤매이고 세월 속에 잊혀져 간 얼굴들 저 어두운 밤 바람에 흩날리면 누군가 내 창문밖에 서성대다 비와 밤과 어둠 속에 사라진다 아하, 날개여 날아보자 아하, 날개여 날자꾸나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하는 곳 내 영혼의 그늘 밖으로 나가보자 동녘 먼 데서 햇살 떠오르기 전에 에 헤이, 에 헤이
맑은 햇살 푸르른 수풀 돌보지 않는 침묵의 땅 긴 긴 철조망 살벌한 총구 저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바람에 눕는 억새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수풀 너머 가려네 저 산도 넘어 가려네 기름진 땅, 무성한 잡초 흐드러진 꽃밭에서 쉴래 소나무 그루터기 무너진 참호 녹슨 철모 위에서 쉴래 졸졸 시냇물 건너며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강도 넘어가려네 저 언덕 너머 음. 해 기울어 새들 날고 서편 하늘 노을이 지면 산봉우리 스피커, 초소 위의 망원경 날개짓도 조심조심 외딴 아기 새 둥지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어두워 지기 전 가려네 저 너머로 음
강물 위로 노을만 잿빛 연무 너머로 번지고 노을 속으로 시내버스가 그 긴긴 다리 위 아,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 아, 지루하게 불안하게 여인들과 노인과 말 없는 사내들 그들을 모두 태우고 건넌다 아무도 서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볼 뿐 흔들리는 대로 눈 감고 라디오 소리에도 귀 막고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깊은 잠에 빠진 제복의 아이들 그들도 태우고 건넌다 다음 정거장은 어디오 이 버스는 지금 어디로 가오 저 무너지는 교각들 하나 둘 건너 천박한 한 시대를 지나간다 명랑한 노랫소리 귀에 아직 가물거리오 컬러 신문지들이 눈에 아직 어른거리오 국산 자동차들이 앞 뒤로 꼬리를 물고 아, 노쇠한 한강을 건너간다 휘청거리는 사람들 가득 태우고 이 고단한 세기를 지나간다
1996년 6월 7일 우리 대중음악계에 복음이 찾아왔다. 강산에, 넥스트, 윤도현,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 여러 뮤지션이 이를 축하하며 그날부터 3일 동안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물론 여기에는 가요계가 환희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정태춘도 함께했다. 사흘간 치러진 콘서트 이름은 [자유]였다. 20년 전 6월 '음반사전심의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음반 및 비디오에…...
카세트테이프 형태의 ‘아, 대한민국…’ 출반은, 한국 대중가요사상 최초로, 이미 상당한 명망성을 지니고 있던 대중가요 가수가 스스로 제작자가 돼 자신의 정규음반을 비합법음반으로 내놓은 사건이다. 그는 이 행위만으로도 음반법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이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 험악했던 유신정권 말기에 김민기는 ‘공장의 불빛’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그나마 도시산업선교회라는 종교단체가 법적 책임을 져주기로 한 것이었다. 한때 잘 나가던 인기가수였고 1980년대 중반 성공적으로 작가주의적 언더그라운드로 자리잡은 정태춘이라는 가수가, 법적 책임을 져줄 외피조차 없이 불법행동을 감행해버린 이 사건은,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
현재 거장의 위치에 당당히 서 있는 정태춘의 시작을 알렸던 데뷔 앨범이 바로 본작 ‘시인의 마을’이다. 군에서 갓 제대한 정태춘은 모든 곡의 작사와 작곡을 혼자 이뤄냈으며 약간의 편곡만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만들었다. 특유의 구수함을 바탕으로 솔직하면서도 시적인 그의 노래들은 당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시를 좋아하는 정태춘의 곡들 속에서 한국 특유의 정서를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앨범 타이틀곡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포크송 ‘시인의 마을’, 마치 비틀스의 ‘When I’m Sixty Four’를 연상하는 인트로를 가진 ‘사랑하고 싶소’, 이후 박은옥과 함께 발표한 앨범에서 다시 녹음했던 히트곡 ‘촛불’을 필두로 앨범은 차분하게 진행된다. 너무나 한국적인 ‘木浦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