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아

어릴 때 뛰놀던 도라산 기슭에
할미꽃 진달래 꽃 피여 있겠지

가고픈 고향 땅 잘리운 다리엔
기적소리 멈춘 지 몇 년이련가

임잔강아 말해다오 말 좀 해다오
기다리다 지친 이 몸 애처롭고나

그 누가 막았나 우리의 발길을
기다린 반평생이 허무하구나

내 고향 북녘 땅 멀지도 않은데
기적소리 멈춘 지 몇 년이런가

임진강아 말해다오 말 좀 해다오
독개다리 초병에게 물어보련다

구름 보며 흘려보낸 세월 사십 년
일각문 세 번지나 숨어사시며

옥매화 고운 숨결 아픈 마음을
남몰래 달래면서 살아왔는데

그 모습 아름다운 정부인이라네

궂은비 찬바람에 견딘 사십 년
일각문 세 번지나 숨긴 사연이

말없이 꽃향기로 눈물 젖었네
이제는 세월가도 한을 달래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 정부인

한라산 허리에 감도는 구름은
가신 님 그리는 비바리 한일세

가면 가고 말면 말지 다시 오마 기약 마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승에서 맺은 인연 저승엔들 풀리 있소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서귀포 나루에 뱃고동 소리는
떠난 님 부르는 비바리 원일세

내 한숨을 바람 되고 내 눈물은 구름 되어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님 계신데 내려주소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꽃잎이 지고 말까 하도 두려워
보슬비도 피해가며 살아왔는데

옥녀는 사랑나무 외로운 나무
한 많은 그 사연에 꽃잎은 지고

산울림 칠 때마다 치마폭만 적시네

아무리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잠든 날은 하루도 없네

옥녀는 사랑나무 외로운 나무
한 많은 그 사연에 꽃잎은 지고

산울림 칠 때마다 치마폭만 적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