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아니어도 세상은 충분히 빠르게 돌아가고 과하게 변화한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호러 영화 같아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이제 심지어 SF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뉴스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상의 증강된 현실은 이제 일상이 거주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로서 당당히 우주의 지위를 획득한 것 같다. 우리는 이 와중에 덤덤하게 불감증을 받아들이며 “비대면(UNTACTED)” 일상을 이어나가는 중인 건 아닐까. 아니면 자발적으로 불감증을 겹겹이 두르고 “무증상”의 날들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P-TYPE과 Optical Eyez XL의 이번 더블 싱글 앨범은 이 질문들의 애매한 경계 사이를 관통하며 나아간다. “UNTACTED”와 “무증상” 두 곡으로 구성된 이번 싱글 앨범은, 두 곡 모두 Optical Eyez XL의 프로듀싱으로 주조되었다. 두 곡에 일관되게 흐르는 이른바 “웨스트 코스트” 무드 위로,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일상적인 외면, 혹은 자발적인 고립쯤 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또한 타이틀 트랙 “무증상”에서는 꽤 오랜만에 일리닛(ILLINIT)의 새로운 벌스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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