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두의 목소리는 조금 이상하다. 그의 노랫말을 곧바로 ‘아름다운 가사’라고 짧게 수식하기에는 너무 흔하거나 너무 격하다. 진부해서 이제 모두가 앞뒤로 숱한 수사를 붙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 말, 거칠어서 이제 모두가 예쁘장한 표현으로 언어를 속이게 된 말이 김일두의 입속에서 뼈만 남아 그대로 내뱉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정과 분노가 그의 목소리를 거치면 하나같이 처연하고 애달프게 들린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따로 또 같이 행복하세요”를 반복하다 마지막 갈라지는 목소리를 참아낼 재간이 없다. 김일두의 노래를 들을 때면 언제나 울먹이는 표정으로 낄낄거리거나 흐뭇한 인상으로 한숨 쉰다. 모순된 감정과 반응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한 덩어리의 노래가 모여 ‘아름다운 음반’이 된다.
404의 [1]과 하헌진의 [오]로 이곳 외에 어디에도 없을 음반을 제작하고 있는 헬리콥터 레코즈의 드문 행보는 [곱고 맑은 영혼]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김일두의 밴드캠프 홈페이지에는 “1978.8.13. 4AM”이라 커다랗게 적혀 있다. 그는 여러 경로로 자신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강조하는데, 노래를 계속 듣다 보면 그 날짜가 아주 잘게 쪼갠 시간의 천성처럼 느껴진다. (오래된 신문에 의하면) 가끔 흐린 날씨에 곳곳에 따라 소나기가 내렸다는 1978년 8월 13일 새벽 네 시 태생만이 드러낼 수 있는 선천적인 감정들.
모쪼록 두 장 시디를 시간순으로 나아가듯 혹은 역순으로 돌이키듯 번갈아 듣기를 권한다. 이 음반을 소장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같은 노래에 얹힌 휘파람 하나가 만드는 간격과, 똑같은 “이백오십만 원”을 발음하는 두 시간과, “욕심은 끝이 없다”는 문장이 생겨난 까닭에 대해. 두 가지 시간에 동시에 빠져들 때 진심과 가식은 우스운 잣대로 변하고 우리 앞에는 김일두라는 곱고 맑은 이름 하나만 남는다.
_이로(무명의 쓰는 사람, 유어마인드(your-mind.com) 운영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