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고개청년회 상업음악 시리즈 no. 18
수리수리 마하수리 《지구음악》
길 위의 음악을 내 삶에 놓아본다. 시간여행 속에 만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음악이 되어주는, 그런 사람들이 만나 자유로 버물어진 음악이 이들의 음악이다. 내재된 본질의 민속음악은 강한 오리지널리티이나 어디에 정착하지도 속해지지도 않은 신선함이 좋다.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이국적 취향의 매력은 즉흥음악이다. 즉흥...끝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갈 길을 아는 것...두렵지만 용기,그리고 확고한 길의 음악, 길 위의 주인공이 되어줄 음악이다. 진정 내가 내인생의 주인공이라 용기를 불어넣어줄 때 나는 이들 신선한 주술의 음악에 기대어 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노영심 (피아니스트)
수년전 홍대 앞의 어느 단골 술집에서 술에 얼큰히 취해 혼자 즉흥연주를 하고 있을 때였다. 눈이 착하게 생긴 어떤 외국인이 들어오더니 주섬주섬 죠스하프를 꺼내어 나와 맞추어 연주를 했다. 그는 그 작고 단순한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여러가지 소리로 연주했는데, 죠스하프로 그런 다양한 소리를 내는 사람은 처음보고는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와는 언젠가 다시 함께 연주하자는 막연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몇 년 전 그리스를 다녀와서 서아시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음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이집트에서 다르부카를 배우고온 여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홍대를 이리저리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그녀와 몇 번을 마주치게 되었지만 나는 그녀의 히피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주눅이 들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었다. 그 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나는 작은 카페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치 에밀쿠스트리챠의 집시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한명의 뮤지션을 더만났다. 눈이 착하게 생긴 오마르와다르부카치는 미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정현이 함께하는 그룹, 그들이 바로 이번에 음반을 발표한 수리수리마하수리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음악의 장르를 ‘지구음악’이라고 부른다. 언제부터인가 월드뮤직이라는 모호한 개념의 말이 영미 음악 외의 음악을 제삼세계음악이라고 몰아서 정의해버린 가운데, 그들이 이름 붙인 자신들의 하는 음악은 구분되어진 자가 모두를 안아주는, 다시 말해 월드뮤직 이라는 말에 비하면 정말 구세주와 같은 개념의 말이다. 실제로 그들이 연주하는 모습은 그들은 자신들과 관객을 넘은 지구의 무엇과 소통하는 듯이 보인다. 그들은 연주를 통해 먼저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고 그 소리들은 다시 그들과 관객의 머릿 속에 어떠한 이미지를 그리게 한다. 그 이미지들은 대체로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지금보다 이기적이지 않아 세상에 위협적이지 않았을 때의 자연과 우주, 그리고 그 때 인간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음악의 반복적인 화성과 음악적 구조들은 어찌 보면 그 옛날에 자연이 인간에게 신으로 존재했을 때 신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였던 주술사의 기도와도 닮아있다. 그들은 그들의 음악에서 아프리카에서부터 중앙아시아까지 포함한 여러 민속음악적인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특정한 민속음악을 대변하려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민속적인 사운드는 음악 속에 들어있는 어떤 이야기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그들이 ‘중동음악이’ 아닌 ‘지구음악’을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 조병화는 그의 시 ‘예술의 뿌리’에서 인간이 끊임없이 예술행위를 하는 이유가 자연과 에로스사이에서 제한된 생명을 살아야 하는 인간 스스로의 위안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종교가 개인적인 기도의 기능을 상실해가기 시작한 어느 시점부터 우리는 본능적으로 절대자와의 소통을 위해 예술행위로 기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예술행위를 하는 이유 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르부카를 치는 미나의 손과 표정에서는 초원을 뛰어가는 아프리카의 얼룩말떼가 보인다. 오마르는 미나가 보여주는 자연에 경외를 표하며 주술사가 되어 하늘과 소통을 하고 정현은 원초적인 여인의 목소리로 모든 것의 어머니로써의 땅을 찬양한다. 당신이 이들과 함께 눈을 감고 순식간에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다면 당신은 아직 기도하는 법을 잊지 않은 것이다. -하림(음악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