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이주혁을 ‘사랑과 평화’ 출신의 노래 하나는 잘하는 가수라고 부른다.
타고난 재능에 비하면 그다지 화려하지 못한 음악인생을 걸어온 그가 오랜 기다림 끝에 새 앨범을 들고 찾아왔다.
걸걸한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락 아니면 포크겠지’라고 속단해버릴지 모르겠지만 새 앨범은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추구하는 팝스타일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앨범 속에 묻어있는 이주혁 특유의 자유로움과 완성도는 그간의 산고를 짐작하게 한다.
이주혁은 데뷔 당시 허스키한 목소리와 파워풀한 창법으로 평론가들로부터 ‘물건’이 하나 나왔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1집의 ‘너를 생각하면’과 2집 ‘멀어지는 그 미소’로 반짝 인기를 얻었을 뿐 빼어난 재능에 비해 그다지 꽃을 피우지 못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그저 질러대기만 해도 대중들이 좋아해주니까 그 재능이 그에게 오히려 넘어야 할 벽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데뷔당시 사랑과 평화, 호랑나비, 유영선밴드 등에서 활동하면서 허스키하면서 시원스런 샤우트 창법으로 코카콜라, 르까프, 이랜드 등 수많은 CM송을 불러 엉뚱하게 CM송쪽에서 히트곡이 더 많은 가수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는 드디어 그 벽을 넘어 서지 않았나 생각한다.
추억과 회상, 고뇌와 번민, 그리고 사랑과 인생... 성인 취향의 가사들과 다양한 형식의 곡들은 7080 세대는 물론 깊이 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흔히 다양한 장르 표방하며 록이며 재즈며 어설피 냄새만 피워대는 그런 앨범과 달리 팝스타일의 자신만의 장르 속에 여러 가지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름보다는 실력으로 모인 작곡가와 연주자들의 수준 있는 곡들에 이주혁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이 앨범의 특징 중 하나는 생소리 같은 보컬을 들 수 있다.
가공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를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자신만만한 그의 ‘노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노래 곳곳에서 들려주는 목소리의 원숙미와 테크니컬한 변신은 야생마 같던 모습 대신 보컬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