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로드(Oceanroad) 라는 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실크로드(silk road)이다. 실크로드는 역사 속에 그리고 우리의 뇌리 속에 존재하는 고대 동서통상로(東西通商路)이다. 그 길을 통하여 서로 다른 동서문화가 만나게 되었고 서로 다르다는 것이 더 이상 차별로 존재하지 않는 융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들의 앨범은 다양한 색깔의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음악들은 차별되어진 하나의 독립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실크로드라는 길에 의해 동서 문화가 융합 되어지듯 어떤 특정한 것에 녹여져 있으며 단지 서로 다른 색깔로 보여질 뿐인 것이다. 어쩌면 서로 다른 색깔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더 아름다워지는 무지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서로 다른 색깔의 음악들을 융합 시키고 서로 다름으로 인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앨범의 타이틀인 ‘Thinking Animal’인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이 ‘Thinking Animal’에 모두 녹아져 있으며 이것이 서로 다른 색깔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이 들의 음악은 모두 ‘Thinking Animal’을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Thinking Animal’을 굳이 한국어로 바꾼다면 ‘생각하는 동물’ 정도가 될 것이다. ‘생각하는 동물’ 그것은 바로 ‘인간’인 것이다. 이들이 음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여지는 음악의 색깔이 아니라 ‘Thinking Animal’, 즉 ‘인간’인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삶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앨범을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락의 성향을 띠는 듯 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해볼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들어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단순히 다양한 음악의 장르를 시도하려는 듯한 인상을 갖기 싶다. 그러나,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이들의 음악을 좀 더 들어보면 음악의 장르는 옷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제나 바꾸어 입을 수 있는 옷을 말하는 것이다. 옷에 의해 몸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몸에 옷을 맞추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맞지 않는 옷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몸에 다양한 장르의 옷을 입혔을 뿐이다.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그 옷이, 즉 그 장르가 어울리기에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몸에 잘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히는 실력에도 탁월하다. 이들 앨범의 첫 곡이자 타이틀 곡인 ‘할말이 없었다’는 인간의 삶에서 한번씩은 겪게 되는 사랑의 이별에 대한 노래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별은 언제나 슬픔이다라는 식의 상투적인 옷을 입히지 않았다. 아니 이들은 이별은 슬픔이 아니라 솔직함 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신나는 펑키 리듬으로 옷을 입혀 자신들의 소리를 낸다. 할말이 없었다!
이들의 이런 솔직함은 다른 음악에서도 잘 나타난다. ‘죽음’과 ‘하얀세상’이 그렇다.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한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린 꼭 가야 해(We’ve to go)” 라는 그들의 솔직함은 절정에 이른다. 하드락으로 옷을 입고 격정적으로 표현된 ‘죽음’은 마치 더 이상 물러서지 말 것을 촉구하는 듯 하다. ‘하얀세상’은 인간의 나약함을 솔직하게 나타내고 있다. 매섭게 부는 바람소리와 눈 밟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 숨을 고르면서 하는 독백적인 고백의 내용은 듣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힘듬과 나약함의 골짜기로 빠지게 만든다. ‘하얀소리’에서 나타난 것처럼 세심한 배경소리가 이들 앨범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절제된 소리에서 출발하여 절정에 이르러서는 폭발하는 ‘벗겨지는 너’의 처음과 끝부분에 삽입된 세찬 비소리는 이 음악의 무게를 더하여 준다. 비소리의 시작은 분위기를 무겁게 하여 절제된 음악에 준비하게 하며 끝부분의 세찬 비소리는 폭발해버리고 공허함으로 가벼워질 수 있는 음악에 무게를 갖게 한다.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소리로 시작하는 ‘삶의 향기’는 새소리만으로 포근한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삶의 향기’의 포근함과는 달리 ‘쫓고 쫓기고’는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고 그저 쫓고 쫓기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현대인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올드락으로 옷을 입은 이 곡은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고 바쁘게 움직이기만 하고 쉬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의 헐떡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힘들게 뛰어만 다니지 말고 잠시 서서 한번 자신을 돌아보라는 ‘no gain’은 블루스풍의 레게 곡으로 들으면 들을수록 은근한 매력이 느껴지는 곡이다
앨범을 듣고 마지막 곡인 ‘삶의 향기’에 이르면 마치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삶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사랑의 이별, 쫓기는 삶, 잠시 서서 자신을 돌아보라는 지혜, 혼돈 속에서 빛을 갈망함,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두려움, 격정적인 죽음 등을 거쳐 ‘삶의 향기’에 이르면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쉼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것은 마치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는 시 구절 처럼 인간이 겪는 삶의 역경 뒤에 성숙함으로 삶의 짙은 향기를 맡으며 ‘음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오션로드(Oceanroad), 자신들만의 신선하고 독특함으로 대중들의 가슴에 노크를 한다. 그들의 노크 소리가 많은 대중들을 자신들의 길로 인도하는 안내 벨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들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 보아야 할 것이다.
-보도자료에서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