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버터플라이가 8년 만에 발매하는 반가운 새 EP 『환희보라바깥』은 그 제목처럼 우리에게 ‘보라 바깥(ultraviolet)’, 즉,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던 비가시적인 영역을 마주하는 순간의 환희를 가져다 준다.
사실 돌이켜보면, 3호선 버터플라이는 늘 그래왔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거대한 하나의 서사를 구축하거나 특정한 언어적 의미를 전달하려는 목표 대신, 소리라는 청각적 대상을 통해 음악적으로 하나의 장면을 구현해 내려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시도에 천착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3호선 버터플라이가 취해 온 음악적 방식을 그저 실재하는 사태의 소리들을 재현하려는 노력으로, 다시 말해 특정한 장면에서 나오는 사물의 소리를 최대한 진짜처럼 구현하고자 하는 영화음악의 양태와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이 작동하는 방식은 언어에서 의미론적 층위를 최대한 배제하고 음운론적 층위를 강조하며 특정한 정서를 유발하고자 하는 문학에서의 순수시가 지향하는 바에 가깝다.
2번 트랙 <수생식물의 자유>나 3번 트랙 <표선 무지개>의 가사는 다소 파편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성기완의 시적인 가사 작법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전작들이 그래왔듯) 『환희보라바깥』이 어떤 장면을 청각적으로 그려내는 데 기여하는 한 축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머나먼 프랑스에서 오랜만에 돌아온 남상아의 보컬이다. 남상아의 보컬은 변함없이 고유한 허스키함을 토대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특정한 의미나 함축을 음악에 담아내는 역할이 아니라 축자적인 목‘소리’로서 기능하며 독자적인 음악적 요소로 작동한다.
더 나아가, 앨범 전반에 있어서 변칙적으로 섞여 들어오는 전자음이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사이에서도 탄탄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김남윤의 베이스가 구심점으로 작용하며, 3호선 버터플라이는 『환희보라바깥』에서도 하나의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상기시키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새 EP 『환희보라바깥』이 마냥 전작들의 전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표층적으로 3호선 버터플라이는 장르 스펙트럼의 확장을 다시금 시도한다. 물론 이 또한 새삼스러운 이야기이긴 하다. 사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언제나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항상 록이라는 근간에 돛을 내리고 있긴 했지만, 동시에 늘 가만히 정박해 있지는 않았다. 때로는 서정적인 노이즈, 또 때로는 사이키델릭한 신시사이저와 기타 루프, 심지어 댄서블한 전자음까지… 3호선 버터플라이 음악의 구심점이 되는 소리와 그 양태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리고 이제 『환희보라바깥』에서는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이를테면, 3번 트랙 <표선 무지개>의 중반부와 후반부에서 들려오는 빠른 bpm의 드럼은 3호선 버터플라이가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인 드럼 앤 베이스 혹은 정글의 그것에 가깝고, 5번 트랙 <20년 전 오늘>은 잔잔한 보컬과 플루트를 활용한 잔잔한 멜로디를 통해 약간은 발라드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며 다양한 장르를 떠올리게끔 만든다.
이러한 장르적 확장 시도에 힘입어, 3호선 버터플라이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장면들을 청각적으로 그려낸다. 예컨대, 1번 트랙 <너의 속삭임>의 신시사이저 솔로나 2번 트랙 <수생식물의 자유>의 키보드, 5번 트랙 <20년 전 오늘>의 플루트 등은 전작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복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어딘가 여유롭고 한적한 장면을 그려낸다. 이는 특히 사이키델릭한 성기완의 기타 사운드에 더해 멤버들의 코러스를 통해 다층적인 질감을 구현해 내며 긴장감 넘치는 청각적 장면을 연상시켰던 4집 『Dreamtalk』(2012)나, 전자음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댄서블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5집 『Divided by Zero』(2017)에서의 방향성과 큰 차별점을 갖는다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 만하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무지개를 구성하는 7가지 색의 이름을 순서대로 불러본다. 그런데 그렇다면 보라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걸까? 보라는 그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 중에서 가장 짧은 파장일 뿐, 색 스펙트럼의 최극단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자외선이 그러한 색 스펙트럼의 한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가 『환희보라바깥』에서 마주하게끔 하는 것들은 바로 그런, 눈으로 볼 순 없지만 여전히 보라 바깥에서 존재하는 아름답고 멋진 빛의 파장들과 같은 무언가다. 보이진 않지만 보라 바깥의 빛이 어느새 우리를 감싸듯, 『환희보라바깥』이 들려주는 환희는 금세 우리를 감싼다.
전대한(대중음악비평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