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박정훈'의 첫 정규 앨범 [노을의 깊이]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박정훈'이 두 개의 싱글 [새벽]과 [깊은 강] 이후 선보이는 첫 정규 앨범이다. 싱글을 통해 앞서 소개되었던 곡들과 더불어, 동명의 타이틀 곡 '노을의 깊이'를 비롯한 5곡이 새롭게 공개된다.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하는 잔잔하고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기타 소리와 노래는 듣는 이를 차분하고 고요한 음악의 세계로 초대한다.
[작품 소개]
1. 새벽 (연주곡)
먼동이 트기 전 일어나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정적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기에 모든 소리가 나 자신을 들고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텅 빈 생각이 저 멀리 날아가기도, 저 먼 곳에서 날아들기도 합니다. 새벽입니다.
2. 깊은 강 (노래)
닿지 않는 인연을 바람처럼 흘려 보내야 하는 심정을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곡이 완성된 후에 소설가 엔도 슈샤쿠의 동명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다르지만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되어 마치 제목을 빌려 쓴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3. 바다 (노래)
"바다를 보고 있는지 물었다. 아니, 그 너머- 라고 대답했다."는 일기장 한 구석에 있던 예전의 끄적임을 토대로 해서 한 줄 한 줄 가사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바다 앞에 서면 언제나 바다 건너 먼 곳의 누군가를, 두 눈동자가 마치 바다를 담고 있는 듯한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다는 그리움의 공간인지요.
4. 노스탤지어 (연주곡)
저에게 노스탤지어의 대상은 어린 시절입니다. 작은 라디오 앞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듣던 기억은 언제나 오늘의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 당시를 추억하며 만들었다기보다는 그 당시를 추억하는 지금의 내 마음의 결을 잔잔히 어루만지면서 만든 곡입니다.
5. 노을의 깊이 (연주곡)
존경하는 시인 허만하 선생님의 작품 [역광의 새]의 한 구절 "노을은 높이가 아니라 깊이다"로부터 작곡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살던 집이 석양의 빛이 잘 맺히는 서향인 덕분에 이 구절이 더더욱 일상에서 구현되는 감각으로 마음에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6. 작은 기적 (연주곡)
몇 해 전 입춘 즈음 어느 산에서 내려오다가 얇은 나뭇가지 끝에 볼록 튀어나와 있는 꽃봉오리를 보았습니다. 아직 봄의 기운이 엷기만 한 기온 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을 꿈꾸는 그 모습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생각하였습니다. "풀 한 포기 이상의 기적은 없다"고 말한 화이트헤드의 말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되새기면서 봄이 완연해졌을 때부터 곡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7. 낙화 (연주곡)
음원에는 아래의 내레이션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공연에서는 가끔 곡의 중간에 직접 낭송하곤 합니다. "가녀린 어깨 위에 낮은 하늘 짊어지고서 썰물처럼 흩어지는 바람에 늦은 봄 흔들리는 꽃잎 하나. 캄캄한 높이 덧없이 내리는 비에 노을 빛 스러지듯 떨어지고, 목마른 곳으로 길을 내는 빗물에 온 몸을 맡긴 채 시간의 비탈을 내려간다. 잠시 붙들고 있는 몸 놓아버리고서, 기억에도 없는 이름 조차 잊고서 언젠가 다시 돌아올 봄의 꿈 흐르는 빗물에 깊이 새기며." 김민기 선생님의 [봉우리]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입니다.
8. 11월 (노래)
오는 계절을 향한 기대보다 떠나는 계절의 아쉬움이 가장 큰 때가 바로 가을이 아닌가 합니다. 스러지는 모든 것들을 묵묵히 바라보아야 하는 가을의 일상은 우리의 마음을 겸허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합니다.
9. 겨울과 겨울 사이 (연주곡)
1년 사계절을 겨울의 감수성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 물어볼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계절을 살고 있지 않은가, 라고. 그렇다면 나에게 1년이란 겨울이 끝나고 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그 사이의 시간들, 사건들, 사람들이려나. 이런 감상을 품고서 만든 작품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