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암(錦岩)김병호(金炳昊) 명인은 1910년 11월 5일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6세부터 김창조에게 가야금을 배웠으며 그 후 자신의 독특한 가락을 얹어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를 완성하였다. 그는 일제시대에 음반 취업을 하기도 하였으며,1950년대까지 '조선 창극단', '임방울 창극단' 등 많은 창극단에서 가야금 주자로 활약하였다. 1961년부터는 국립국악원 악사로 재직하면서 연주와 후진 양성에 힘쓰다가 타계하였다. 오늘날 연주되고 있는 김병호류 산조는 그가 국립국악원에 재직하고 있을 때 양연섭 등 그의 제자들에게 전수해 준 것인데, 현존하는 가야금 산조 중에서 대표적인 판소리 더늠의 산조로 완전 4도까지의 깊은 농현과 다양한 리듬 등 다이나믹한 표현으로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김병호류 산조의 시김새는 매우 다양한데 , 여음이 복합적인 미분음으로 변화되고 3도 이상의 넓은 음폭을 가지는 음의 변화가 많이 나타나 연주자의 많은 공력을 필요로 한다.
진양조에서 2분박이 나타나고 중모리에서 3분박이 나타나며 가야금 산조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엇모리 장단이 쓰여 다양한 리듬 형태를 가지고 있다. 연주 시간이 약37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산조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군더더기 없이 갖춘 알찬 가락들로 짜여진 명산조로 꼽히며, 넓은 농현과 겹가락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연주자의 고도의 기교와 음악성을 요하여 연주자들 사이에 연주하기 매우 까다로운 산조로 알려져 있다.
또한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는 우조와 계면조, 그 중에서도 계면조가 주선율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3악장에서는 다른 산조에서 볼 수 없는 엇모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김병호류 산조가 깊고 섬세한 농현(바이브레이션)으로 애조를 띠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호쾌한 맛을 갖고 있으며 그 질박하고 오묘한 맛은 인간의 내면에 호소하는 산조의 징수를 보여준다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