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단단히 붙들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또 내 손에서 빠져나간다. 의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나를 떠나간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이 나를 배반한다. 알 것 같았는데, 또 여전히 모르겠다. 삶이 잔인하다 느낀다. 마음은 불안 하려다가, 이내 권태롭다. 아무튼 그냥 다 지루하다.
그래서 슬금슬금 세상으로부터 도피하여 내 작은 공간 안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나는 안도하였는가. 나는 만족하였는가. 아니다. 내 안에서 어떤 부름을 듣는다.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그 마음은 무엇인가. 그 안에서 이글거리는 마음은 무엇인가. 그를 알기 위해 인생을 통째로 복습한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것들, 나 자신이라 믿었던 것들, 내 목숨보다 소중했던 것들, 그러나 결국 그 무엇도 아니었던 징그러운 곁가지들을 일기장을 뜯어버리듯 모조리 걷어낸다. 그런 뒤에 도대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이글거리는 분노, 나에 대한 실망감, 세계에 대한 환멸. 먼지 쌓인 우상들에 침을 뱉는다. 그런 뒤 남은 것은 그저 갈갈이 찢겨 남은 일기장의 겉 표지가 아니다. 여전히 무언가를 바라보며 나아가고자 했던 나 자신이다. 나는 내 가장 깊숙한 곳으로 침전하고, 이제 다시 그로부터 살아내기를 희망한다. 불안이려다가, 권태이려다가, 분노와 반항 이려다가. 다시 또 이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환희.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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