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이별 같지 않은 이별을 했다.
아직은 실감이 안 나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꽤 괜찮다.
하지만 조만간 견딜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이 찾아올까 두렵기도 하다.
마침 친구가 정말 괜찮은 녀석이 있는데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공허한 마음에 흔쾌히 수락을 했지만 며칠 뒤 소개해주려고 했던 ‘그 사람’이 내 사진을 본 후 거절을 한 바람에 소개팅이 힘들 것 같다는 친구의 연락이 왔다.
황당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내 인연이 아닌가보다’ 생각했다.
며칠이 지난 후 친구와 함께 친한 언니 집에 모여 답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연애에 대해 걱정을 하던 찰나에 잠깐 나오지 않겠냐는 반가운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던 그 날,
청담동 ‘소주 한잔’의 북적이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눈이 참 반짝이는 ‘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보자마자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계속 환하게 웃었다.
그 광경을 보는 게 신기했던지 친구가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렇게 좋아?”
“응! 너무너무 좋아!”
참 신기하고도 재밌는 일이었다.
만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은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마냥 내가 좋다고 했다.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처음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정말이지 환한 빛이 났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그 때의 그 빛을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근데 정말 충격적인 건 알고 보니 예전에 소개팅을 해주려고 했지만 나를 거절했던, 또 다른 내 친구의 그 ‘녀석’이 바로 ‘그 사람’이였다는 것!
각자의 오랜 연애 끝에 소개팅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우리의 인연이 새벽 1시 반 ‘소주 한잔’에서 다시 연결될 줄이야.
생각해보면 친구한테는 내 스타일 절대 아니라며 도도한 척 했지만
사실은 ‘그 사람’ 특유의 해맑고 순수한 느낌이 참 따뜻하고 특별했다.
그 때 ‘그 사람’은 지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연인이자 내 인생의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되어 내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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