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야 할 때 나는 다시 돌아갑니다.
나가야 할 때 나는 다시 들어갑니다.
그렇게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기억이 될 배 한 척을 만들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조금은 달뜬 기분의 여름, 나무 냄새나는 가을, 그리고 차가운 먼지 냄새가 올라오는 겨울까지.
새삼 들어보니 그렇게 다르지 않은 몇 곡으로 남았네요.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는 나아가야 하지만 계절이라는 무한한 반복 속에 계속 돌아가고 있지요. 그래서 계절을 이야기함은 순간의 틈 그 안에 머무르려는 시도가 되었습니다.
집에 머무른다는 뜻에서 겻을이 겨울이 되었다네요. 나가려고 하는 마음을 다시 안으로 붙잡아봅니다. 오롯이 머무르고 응축하는 힘이 쌓여 튀어오를 시간을 기다리고 머금고 머금은 것들이 세상에 흩뿌려질 날들도 떠올려 봅니다.
겨울은 계절의 끝이자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찾아올 새로운 계절들은 같으면서도 다를 것입니다.
이제는 저도 나아가보려합니다. 어깨에 쌓인 눈발을 털어 내고 걸어왔던 눈밭 위에 난 발자국을 따라 다시 걸어가려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