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간 윤종신] 11월호 ‘메뉴’는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정서적인 힘을 체감할 수 있는 곡이다. 이제는 서로에게 옛사람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안 잊혀진 기억들이 남아 있는’ 어떤 이들의 현재와 과거가 윤종신 특유의 생활적인 묘사와 회상적인 어조로 펼쳐진다. 그때 그 식당의 분주한 주방과 빛바랜 메뉴. 맞은편에 앉아있던 연인의 상기된 볼과 따스한 접시에 담겨 있던 음식들. 윤종신이 그려 보이는 장면과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추억이 깃든 식당과 그곳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던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주고받았던 감정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어느 날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보다가 문득 메뉴를 소재로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레트로주의자여서 요즘도 아이패드나 키오스크 같은 메뉴판보다는 예전에 경양식집에서 주던 가죽 책자 같은 메뉴판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담긴 음식들을 살펴보니 내가 어떤 추억 속으로 단숨에 이동하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음식은 굉장히 정서적이에요. 우리가 누군가와 담판을 지을 때 뭘 먹지는 않거든요. 이미 친하거나 친해지고 싶을 때 식사를 하죠. 그러니 함께 먹던 음식에는 각별한 사연들이 담길 수밖에 없고, 우리는 다시 그 음식을 마주할 때마다 그때 그 사람을, 그때 그 시간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음식은 음악 못지않게 정서적인 힘이 커요.”
‘메뉴’는 2020년 [월간 윤종신] 11월호 ‘니가 뭐라고’를 만든 이상규, 박준식 콤비와의 두 번째 작업이다. 이상규, 박준식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멜로디라인이 이번에도 어김 없이 발휘되어 있으며, 발라드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설렘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다. 윤종신은 처음 데모 버전을 듣자마자 겨울 느낌을 감지했다고 이야기한다. 어째서인지 이 팀이 만든 노래들에서는 항상 겨울 장면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가사를 쓸 때 날이 추워지고 옷이 두터워지는 시기의 계절감을 염두에 두었던 건 그래서이기도 했다고.
“이 곡은 겨울송이기도 한데요. 생각해보니 예전에 만들었던 ‘바바바’란 곡에서도 겨울과 음식, 그리고 정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더라고요. 음식만큼이나 사람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 속에서 겨울이 느껴지는 일상을 그렸죠. 날이 추워지면 우리는 으레 안온한 실내를 찾게 되잖아요. 한때 즐겨 찾던 식당에 오랜만에 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앞에 두고 앉은 모습. 미각과 후각, 촉감이 불러 일으키는 어떤 기억 속에서 우리에게 소중했던 순간을 다시 마주해보는 모습. 겨울날의 우리가 어떤 음식을 앞에 두고 있을 때만 비로소 그려볼 수 있는 따뜻한 감각과 정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11월호 이야기]
“맛이 통하면 반은 된거다… 그 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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