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는 이의 옆얼굴 [Common Sense]
두 개의 싱글 [스무살] , [무표정] 에 이은 '레트로펑키' 의 세 번째 음악 [Common Sense] '레트로펑키' 의 음악은 비유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생각이 많은 남자아이가 늙지 않은 채 죽어서, 다음 생에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 하루 종일 고개를 떨구고 걷다가 자주 멍해진다거나,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거나 하는 그런 남자아이 말이다. 그 아이가 이번엔 사랑을 했나보다. 그는 지나가버린 마음을, 해가 뜨기 전의 어젯밤을, 여섯시에 그녀를 데리러가던 일상을 끝없이 뒤돌아본다. 뜨는 해도 절뚝거리는 걸음도 멈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엔 이상하게 서글프다.
그래서 걸음은 앞을 향해 걸어도 고개는 뒤를 향해 돌아있다. 그는 이미 등 뒤에 서버린 모든 것을 아직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 쓸쓸한 옆얼굴이 내가 아는 누구를 닮은 것도 같다. 아니, 나를 닮은 것도 같다. 음악은 한결 넓고 편안해졌다. '레트로펑키' 의 색을 유지한 채로 스펙트럼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가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커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안에는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 "가짜 어른" 이 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레트로펑키' 의 다음 음악을 기다리게 될 예감이다.
1. "Common Sense" - 헤어진 연인에게 뜬금없이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하고 만나자고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그걸 알고있지만, 문득 문득 충동적인 마음이 생기는 화자를 표현한 곡이다.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이따 여섯시에 그 때 거기서 기다리고있어 데리러 간다고 하는 건 헤어진 우리에겐 말이 안되는 거지
2. "가짜 어른" - 아침에 일어나면 등교를 하던, 출근을 하던 어딘가를 정해진 시간에 가야한다. 1차원적으로는 이런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더 깊이 들어가보면, 밤에는 감성적이 되고 아침에는 이성적이 되는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두어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쉴 곳으로 간 화자는 해가 지고부터 자유로워진다. 마음 속에 감정들도 풍부해지고 용기가 생기기도 하며, 오히려 극히 소심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헤어진 연인 또는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에 쉽지 않았던 전화를 걸어볼 수도 있다. 결국 내 안에 동심 가득하고 순수한 아이가 나타난다고 표현하고 있다. 당연히 아침이 오고 잠에서 깨면, 다시 지켜야 할 것이 많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 어른이 된다. 밤은 내 안에 어린아이를 불러 날아다니는데...눈 뜨면 가짜 어른이 돼야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