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어른들에게 건네는 위로 [무표정]
조지의 얼굴에는 40와트 짜리 미소가 걸려있다. 누가 바라기만 하면, 그 즉시 150와트 짜리로 바뀔 미소다.
- 크리스토퍼 아이셔우드, 소설 [싱글맨] 중
어떤 남자가 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 한가운데서 문득 멈춰 선 무표정의 남자. 남자는 지금 생각에 빠져있다. 생각에 잠긴 남자를 마찬가지로 표정 없는 사람들이 스친다. 그러다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며 인사라도 건네면 그는 금세 웃어보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이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일에 아주 능숙하다.
'레트로 펑키' 의 두 번째 싱글 [무표정] 은 첫 번째 싱글 [스무살] 과는 닮은 듯 다른 느낌이다. 특유의 청량한 목소리와 펑키한 리듬은 여전하지만 좀 더 쓸쓸해졌다. 가사도 그렇다.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 가짜 기분을 주고받고, 쓰라림은 말 대신 한숨으로 뱉는다. 스무 살을 훌쩍 넘어 이제 절반의 어른이 된 우리 모두의 모습 아닐까. 당신은 생각이 많은 밤에도 더 이상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는다. 정말로 외로운 날엔 약속을 잡지 않는다. 이 곡은 그런 당신을 위한 노래다.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폰을 꽂은 당신에게 이 노래는, '너는 혼자 있어도 울지 못해' 라고 위로를 건넨다. 혼자 있을 때조차 울지 못하는 당신에게 울지 말라는 말 대신, 그저 쓸쓸한 듯 괜찮은 듯 담담하게 말한다. 무표정한 너의 그 마음을 이젠 알 것 같다고. 나도 너와 같다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가을이 왔고, 공기가 좋은 음악을 듣기 딱 좋을 만큼 식었다. 제목만큼이나 쓸쓸한 이 노래가 버스 안에서, 책상 앞에서, 늦은 밤 침대 맡에서, 그리고 제각각 어딘가로 향하는 길 위에서. 무표정으로 서있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