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영의 풍류]
한때는 이 땅에 수없이 많은 종류의 풍류가 존재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어느 풍류객들이 서로 처음 만나 음악을 시작하여도, 각자의 개성이 담긴 선율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바탕의 풍류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줄풍류 안에는 각자의 독창성과 음악성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며, 세속의 잣대를 떠나 오직 음악 안에서 마음을 나누었던 멋스러운 선비 정신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음악은 이미 창의적이며 자유로웠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음악의 참모습 또한 그런 것이 아닐는지요.
이 앨범에는 국악원에서 전승되고 있는 ‘영산회상’ 전 바탕과 저만의 방식으로 조합해 본 ‘고수영의 풍류’를 짧게 담았습니다. 재구성한 풍류에는 구례줄풍류 단소 선율과 동대가야금보의 가야금 선율, 그리고 이 두 악기의 선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해금 선율의 조화를 꾀하였습니다. 이 미약한 시도를 발판으로 더욱 훌륭한 풍류들이 새로이 만들어지기를, 또한 악보 안에 머무는 음악이 아닌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풍류의 순수하고 고귀한 정신이 향유되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