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얼 네버노는 또 다시 상실을 겪게 되었다. 세상의 중심을 잃고, 건강을 잃고, 정신을 잃고...큰 신변과 심경의 변화. 변화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너무 위태로웠던 여름. 그저 연명할 뿐, 제대로 살지도 양화대교 위에서 무언가 하지도 못하던 얼 네버노의 닫힌 문을 상담선생님과 고양이 '타임'이는 허락도 없이 두드리더니 부숴버렸다.
"네가 내 기간제 행복이었다면, when this **ckin' sorrow ends? you know?
난 매주 상담선생님과 싸웠어 울고." - [call me sometimes]
세상으로 다시 나온 얼 네버노는 어찌 할 줄을 몰라 일단은 술과 담배를 배웠다. 나이 서른 살에. 삶을 망치는 재미를 깨우치고 나니 그는 두려울 것이 없어졌다. 매일 취하고, 매주 춤을 추러 클럽에 가서 무리 안에 뒤엉켰다. 삶을 죽어라 망치면서도 죽기는 싫어 억지로 정신과 약을 털어넣고 상담선생님에게 울며 기댔다가도 싸웠던 두 세 달.
"난 내가 살고싶어서 그런 줄 알았지. xan and the **cked up talk with my therapist." - [Back to Xan]
앨범 [MARGO]는 자기파괴적이지만 모순적으로 동시에 자가치유적인 결과물이다. 다 잃어버리고 나면 한 두개 정도는 얻고, 다 잃었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한 두개 정도가 있다는 깨달음. 자신을 싫어하는 일을 멈출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배움.
"**아, 나는 내 동맥을 긋는 기분으로 말장난을 하고 그건 흥분시켜 날. 동시에 그건 들숨과 날숨. 누가 날 어떻게 위로하냐, 뭔 말로.
나는 알아 이미, 너 없는 인생의 말로. 역한 담배연기로 방을 가득 채우니 다 갔네, 이 밤도." - [Lights/Nights]
사실 [MARGO]는 힙합의 클리셰, 한국 남성 화자로서의 클리셰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통속적인 사랑과 이별이야기. 뻔하디 뻔한 가정폭력과 그것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정말 뻔한 이야기. 외국의 멋진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닮고 싶었지만은, '한국''힙합'이 어쩔 수 없이 되어버렸다. 한국 힙합. 벗어버리기 너무나 어려운 굴레. 한껏 동경하던 취향의 이국적인 비트들로 목소리를 칭칭 감아도, 그렇게 되었다. [MARGO]의 한계점이 그 곳에 존재한다.
그래도 [MARGO]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냐 묻는다면 몇 마디 정도가 답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인생의 가장 깊은 바닥을 향해 가라앉고 있을 때 함께 손잡고 내려가 줄 말동무. 그 어두운 바닥을 함께 딛으며 춤 춰줄, 술 취해줄 얼굴 모르는 누군가. 정신을 잃고 한참 동안 잠들어 있으면 얼굴을 핥고 깨물어 깨워줄 삼색 고양이. 함께 밤을 견디며 햇빛 드는 아침을 기다릴 네 편.
"EARL NVRKNW, the last guy who will turn his back to you."
My Art Reflects the Graced Oppression.
MARGO.
from meltmy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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