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느린 입맞춤을 나누며 영원을 걸었네 (Buen Camino)'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숲이 깊을수록 길을 지워버리는 들에서
무엇인가 저기 저 길을 몰고 오는
바람은
저기 저 길을 몰고 오는 바람 속에서
호올로 나부끼는
몸이 작은 새의 긴 그림자는
무엇인가 나에게 다가와 나를 껴안고
나를 오오래 어두운 그림자로 길가에 세워두고
길을 구부리고 지우고
그리고 무엇인가 멈추면서 나아가면서
저 무엇인가를 사랑하면서
나를 여기에서 떨게 하는 것은
오규원 ‘순례의 서 中’
삶에 대한 애착과 회의가 공존하는 시절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라는
시인 오규원의 ‘순례의 서’ 중 한 구절을 혀 끝이 저리도록 외쳐본다.
삶이 내 머리채를 붙잡고 질질 끌고 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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