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노래하는 피아노 소품 시리즈의 첫번째 '함께했던 봄'이
봄과 여름 사이, 5월에 세상에 선보인다.
다섯 곡의 피아노 연주곡은 그 곡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있어 소품집 전체를 처음부터 들으면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봄에 관련된 이 다섯개의 작품은 2~4분의 짧지만 강렬한 멜로디 라인과
분홍빛 파스텔 톤의 색채를 연상시키는 아련한 느낌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자의 봄에 관한 사랑의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Track Review]
1. 서로의 아침
서로의 아침을 함께한다는 것은
일상을 함께한다는 것과는 또다른 일이다.
너의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대로의 것을 보여주는 시간에 함께 한다는 것은
어쩌면 참 기적 같은 일이다.
2. 어느 봄날
어느 봄날, 너와 걸었던 시간.
벚꽃이 만연한 한적한 동네를 걷다
난 걸음을 살짝 늦췄고 넌 저만치 앞서갔다.
괜히 너의 이름 석자를 불러보았고
너는 당연한 듯 뒤돌아보았다.
너의 이름과 뒤돌아본 너의 모습이 참 예뻤다.
3. 너라는 바람에 흔들려
너의 바람이 내 마음에 들어왔을 때
내 마음 속 모든 곳을 휩쓸고 지나갔을 때
4. 봄, 삼청동
삼청동은 참 마법 같은 곳이에요.
온통 회색 빛 건물이 가득한 도시 한가운데 한옥으로 된 집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그 좁은 골목길에 도시에서 온 외지인이 한데 섞여요.
넓은 길을 둘이서 자유롭게 걷던 사람들도
그 좁은 길을 걸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가까워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삼청동 길을 걷던 연인들은 다시 도시의 넓은 길에 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의 어깨에 기대며 꼭 붙어 걸어요.
한창 삼청동에서 작은 공연을 했을 때 이 곡을 꼭 연주했어요.
사실 노래를 연주할 때는 그냥 듣던 사람들이 이 공간의 매력을 이야기하면
자기도 모르게 서로에게 몸을 기울여 쓱 가까워지더라구요.
그 찰나의 순간을 볼 때, 제 음악을 연주해서 박수 받는 것보다 더 행복했어요.
5. 바람, 그대 마음으로
너에게서 불었던 바람이 나에게 왔다가 마침내 너에게로 돌아갔다.
세차게 불었던 마음이 나를 흔들었다가 다시 너에게로 돌아갔다.
바람은 잦아들었고 고요해졌고
드디어 너를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봄이 지나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