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가사를 쓰는 일이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는 일 같아요
두서 없는 글들이 멜로디를 따라 줄줄이 쏟아지고 그때의 감정을 어렴풋이 기록하는 일
누구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누군가에게 조각난 한 문장이라도 닿길 바라며
기록해본 이번 노래는 빛바랜 기도에 대한 노래에요 간절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어릴 땐 간절해야만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는데요 사실 간절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더라고요 밤은 멈춰 있는 것 같아도 꾸준히 걸어 아침에 닿고
방향을 잃어도 계절은 계속해서 흐르잖아요 강물처럼요
빛바랜 기도들을 더 이상 붙잡지 말고 흐르는 강물에 보내주면
부서지는 빛을 몸에 묻히고 밤을 밝히지 않을까요
무력한 밤이 외롭지 않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