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사랑의 ‘첫 기억’ 이 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와 내용이든 각자의 사랑엔 고유의 ‘색깔’이 있듯이
나에게도 잊지 못할 사랑의 ‘첫 장면’ 하나가 있다.
타고난 슬픔과 우울감을 가지고 세상을 흑백으로 바라보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가게 된 교회에서조차 선생님들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회 입구 문을 지나는데, 갑자기 “가연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한 선생님이 오직 나만을 위해 두 팔 벌려 달려오셨다.
“읏챠!”
번쩍 안아서 구름사다리를 뱅뱅 태워주셨다.
그리고 새끼양을 안듯이, 선생님의 한 쪽 팔에 나를 ‘폭’ 앉히며 내 코 끝을 ‘콕’ 하고 치셨다.
“가연아 안녕? 반가워”
“나는 가연이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단다”
“네가 와줘서 너무너무 기뻐.”
“나는 가연이를 사랑할 거고 사랑할거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 때의 받았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타인에게 격한 사랑의 표현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었고, 그 때부터 내 주변의 안보였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온통 흑백이었던 세상이 컬러로 보이기 시작했다.
창문너머 푸르른 하늘도, 구름도, 선생님의 얼굴도.
언젠가 내 이름이 새겨진 첫 앨범이 나오게 되면 꼭 선생님의 얘기를 제일 먼저 쓰고 싶었다.
기회가 되면 선생님을 직접 찾아뵙고 그 때 선생님이 나에게 주셨던 사랑의 결과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6살때 겪은 그 첫 장면을 재연해 드리고 싶고 대화도 나누고 싶다.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기억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이 기억이 참으로 눈부시고 희귀한 색감으로 저장되어 있다.
지금까지도 힘들 때나, 슬플 때나 그때의 장면을 생각하면 뭐든지 이겨낼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생긴다
“전재윤 선생님! 저는 그 후로부터 온 세상이 컬러로 보였어요! 아주아주 예쁜 색.. 선생님은 특별히 눈부신 황금빛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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