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어떤 꿈
결의 노래들은 얼핏 그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답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각각의 노래가 찾는 사람들이 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혹은 그가 노래하는 지난날들이 같은 날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시선이 과거를 향하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고, 그러한 사실은 그가 과거에 사로잡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은 의미적으로도 그렇지만, 형식적으로도 그렇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그의 노래들은 제자리걸음 하는 것보다는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 결의 시선이 한 방향에 머물러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무언가를 복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로는 상처를, 또 때로는 좋았던 것들을. 그러니 그는 ‘지금 여기’에서 과거를 되새겨보는 동시에 또 새로운 노래들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언제나 엉망이었던 과거를 복기하고, 현재에 대해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의심하지만 결국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그의 노래들은 한자리에 뿌리를 내려 자라 나온 것들이다.
누구나 삶의 굴곡들이 남긴 흔적들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경우에 우리는 그것들을 외면하기 바쁘다. 부끄러운 어제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하루아침에 천지가 개벽해서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기가 십상이다. 마치 건물을 깨끗이 헐어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올리듯이.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삶의 흔적들 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결의 시선이 각별하고 소중한 이유다. 그렇다면, 그는 이 자리에 무엇을 지어 올릴지... - 이지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