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성호의 음악이 그렇다. 그의 음악은 우선, 귀에 잘 들어온다. 절로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끔, 마음 속으로 파고드는 힘이 있다. 그의 기타와 손이 얼마나 현란하게 움직이는지, 테크닉적으로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는 아주 나긋하게 노래하듯 연주하고, 조근 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듯 악곡을 풀어낸다. 그래서 사연 많은 삶을 이겨낸 주체로서의 음악은 기타라는 악기로 들려주는, 매력적인 음성과 화법의 노래이자 이야기로 다가온다.
드니 성호의 기타는 모국어에 익숙지 않은, 그의 가장 친밀한 언어이다. 그는 몇해 전 스스로의 가정을 꾸려 남편이 되었고, 아버지가 되었다. 그에게선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소망이었을 가족, 가장, 아버지의 입장을 상상하고서 듣는 그의 새로운 음악은 그래서 더욱 포근하다. 다정하다. 넉넉하다. 풍부하다. 절절하다. 군더더기 없이 강건하다.
마치 아버지가 들려주는 든든한 조언처럼, 다정한 자장가처럼 깊이와 넉넉함이 느껴진다. 공연한 장식이 없는 음들은 결코 날리지 않는다. 나긋하고 따뜻한 음색과 연주는 고스란히 귀와 가슴으로 전달된다. 섬세하고 명징한 표현력의 핑거링, 아르페지오, 리드미컬한 선율과 진동은 아버지의 울림으로, 호흡으로 들린다. 그의 음악이 성숙해졌음, 넉넉해졌음, 풍부해졌음은 그렇게 음악에 앞서 존재하는, 한 사내의 성숙과 변화, 행복으로 감지된다. 이를 왜곡 없이 담담하게 포착한 사운드도 값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진심의 언어이자 이야기가 되어준다. 오랫동안, 여러 번 꺼내 들어도 물리지 않을...
하종욱 / 음악 칼럼니스트, 프로듀서, 마장뮤직앤픽처스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