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야심차게 발표한 EP앨범에 이어 올 겨울을 장식할 야광별의 두 얼굴이 발매되었다. 지난 앨범 말미에 소개된 어쿠스틱 기타 버전의 "요즘"이 풀 밴드 편성으로 새 옷을 입었으며, 최근 트랜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UV의 "집행유애"를 그들의 색으로 덧칠한 것이다. EP앨범에서 관객을 향해 여러 가지 표정을 지어 보였다면, 이번 싱글앨범에서 야광별은 이 두곡으로 음악적 지향점을 정리해 보이는 듯하다. 자칫 심각한 고민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흔한 연인들의 권태는 가끔 누가 먼저 서로에게 질리고 지치는지,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주 단순하다. '누구보다 니가 제일로 좋'은 것뿐이다.
"요즘"은 그런 설렘이 다해 가는 듯해 보이는 관계를 다정히 바라보며, 그냥 그대로 좋다고 말해주는 곡이다. 서로의 권태를 의심하는 연인들에게 야광별이 던져주는 최선의 해법이, 이번에는 꼼꼼하고 짜임새 있는 록사운드의 악곡을 입고서 냉랭한 겨울에 온기를 전한다. 그래도 그대로 끝맺기는 아쉬웠을까? 우리가 왜 이러는지 궁금한 탓이었을까? 찜찜하지만 매력적인 '이상해' 한마디를 남기면서. "집행유애"의 리메이크는 말 그대로 Remake(다시 만들다)라는 낱말의 의미에 너무나도 적확한 결과물이다. 이제는 한국산 키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UV에 대한 리메이크는 사실 큰 충격을 가져다주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그 자체로 상당히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야광별의 "집행유애"는 그런 UV의 키치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심오한 모습으로 해석한다. 마치 술자리에서 낄낄거리며 찌질한 농담을 주고받다가, '가만, 이거 생각해보니 보통 문제가 아닌데?'라는 식으로 농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처럼, 완성된 하나의 호소로 변형해 낸다. 그간 어두운 서정에 가볍고 발랄한 색채를 입혀왔던 야광별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이러한 진행은 더없이 새롭고 흥미로운 결과물로 나타났다. 새로운 리듬과 묵직한 기타사운드에 단호한 어조의 보컬을 얹고 기존 랩의 일부를 멜로디로 치환시키기도 하는 등의 세심한 작업들을 통해 완성도 높은 Remake가 된 것은 물론, 원곡의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되는 시크한 매력을 풍기게 된 것이다. 원곡의 이면에 남은 여백을 너무나도 잘 채워낸 이 참신한 리메이크는, 마치 호수에 비친 산 그림자처럼 어쩌면 이것이 필수적인 재해석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