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삼청교육대 1집 [탈출즉시 개죽음]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 하드코어씬은 그동안 올드스쿨과 뉴스쿨 / 메탈코어 쪽으로 많은 밴드들을 낳으며 여전히 작지만 옹골찬 씬을 형성했고, 지금도 좋은 밴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올드스쿨과 뉴스쿨 모두 '메탈릭'한 밴드들이 발전해 왔다는 점은 하드코어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다.(필자도 메탈틱한 밴드들을 좋아했었다.) 헌데 요즘 하드코어씬에서는 70~80년대 하드코어펑크에 근간을 두고 있는 젊은 밴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역작의 1집을 발매했던 The Veggers, 무대에서 엄청난 싱얼롱을 유도하는 Find The Spot,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인 The Kitsches와 Dead Gakkahs가 그들이다.
두팀은 80년대 초반 하드코어펑크에 기반한 질주감 넘치는 음악을 추구하고 있고,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하드코어펑크 밴드이다. 이러한 음악적 공통분모 외에도 프론트맨들의 엄청난 카리스마가 인상적이다. 분노가 온몸에 퍼져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The Kitsches의 보컬 정재현과 모에한 외모와 총천연 머리색의 귀여운 소녀 이미지이나 공연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는 Dead Gakkahs의 보컬 전율. 공연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들을 각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이 두 밴드의 스플릿은 하드코어펑크를 좋아하는 이들의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필자도 많이 기다렸었다.
스플릿 앨범은 두 밴드의 대단한 분노와 질주감을 여전히 기본으로 담고 있으며, 기존의 두 밴드가 냈던 음악들보다 더욱 발전된 음악을 보여준다. The Kitsches는 전작 EP [Tonight, You Will Be Rejected]에서 마성의 훅을 가진 싱얼롱 넘버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 스플릿에서는 EP의 매력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음악적으로 더욱 원숙한 면을 보여준다. 키치스의 스타일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노예], 이들의 음악이 가장 크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Life Cycle], 음악적 스케일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는 [Sukcs], 그리고 Find The Spot과 서울돌망치의 보컬인 송찬근과 함께한 [Antinomy]를 들으면서 이들의 음악이 점점 Warzone, Outbreak 와 같은 사운드의 연장선과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더욱 확장된 스펙트럼으로 발전된 음악을 보여주고 있는 키치스의 음반을 청취하는 내내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이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Trash Talk와 같은 스타일로 더욱 과격한 음악행보가 기대되기도 한다.)
Dead Gakkahs의 넘버들은 더욱 흥미롭다. 작년에 발매한 DEMO [Dead Gakkahs]에서는 정말 극한의 미니멀리즘과 코어만을 간추린 펑크 넘버들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본인들의 성격인 패스트코어를 여전히 보여주면서 훅이 있는 Verse를 첨가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예전보다 더욱 살벌해진 전율과 허이유의 보컬라인, 그리고 전작보다 과격한 드러밍을 선보이며 데드가카스의 색깔을 더욱 과격하게 만든 미즈노의 연주가 인상적이다. [Parallel Line]에서 나오는 블라스트비트와 투베이스 드럼 연주를 들으면 이들의 음악이 점점 파워바이올런스 같은 사운드로 변신하지 않을까 짐작하게 한다.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때 굉장히 신선했다. 내가 알고 있는 두밴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모두 발전된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서로가 경쟁하듯이 발전된 음악과 확장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질주하는 모습에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는 앨범이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주목이 되는 것은 물론, 이 앨범의 음악들을 공연장에서 싱얼롱 하고 싶어서 가만히 있질 못하겠다. 앞으로 이밴드들의 행보에 필히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조진만 (컴배티브 포스트, 나후, 파리아 드러머)
Dead Gakkahs - Paradox Over Paradox (PV)
The Kitsches - Antinomy (Liv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