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을 이어온 악기, 대금에 얽혀 전해져 내려오는 재미난 설화 하나가 있다. 저 유명한 ‘만파식적(萬波息笛)’ 전설이다. ‘만파식적’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사라지며,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장마에는 날이 개며, 바람이 그치고, 물결이 잠잤다’는 이야기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한편으로는 대금 특유의 맑고 깊은 울림으로 세속의 풍파 정도는 잠재웠을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한 선율을, 대금은 가지고 있다.
서정미는 어렸을 적 우연히 접한 대금소리에 반해 지금까지 대금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명인이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다. 그러다 친척이 배우는 대금 소리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 맑고 깊고 신비한 소리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이후 서정미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멈추지 않는 팽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본인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 음반은 서정미의 첫 음반으로, 지금까지 열정으로 쌓아온 그의 음악세계를 한 장에 압축시켜 놓은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과 추억들을 때로는 가벼우면서 흥겹게, 또 때로는 서정적으로 풀어놓았다. 가야금과 기타, 해금, 거문고, 퍼커션까지 여러 악기들의 조화를 통해 모던하면서도 감성 가득한 연주를 들려준다.
잠시도 마음을 쉴 수 없는 시대.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는 서정미의 대금선율은, 긴 여운으로 귓가에 맴돌며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만 가지의 파도를 잠재우는 평화와 휴식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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