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롱' (Honglong, 紅弄)
한국 뮤직 씬에 어벤져스가 나타났다. 어쩌면 이들은, 뻔하디 뻔한 전자음만 쏟아져 나오고 있는 뮤직 씬을 구원할 히어로.
키보드 이기영, 보컬 정종원, 드럼 윤철민, 기타 이휘진, 그리고 베이스 김진경. 비슷한 또래의 다섯 남자의 음악적 성향은 처음부터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서로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딪히고 깨지며 합일 점을 찾아온 지난 2년은 각자의 음악적 취향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멤버 모두가 참여했으며 어느 한 장르에 갇히지 않고 ‘우리가 곧 장르다’ 외칠 수 있게 된 지금, 드디어 세상에 '홍롱(Honglong, 紅弄)'의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하여 올해 겨울, 2012년 '홍롱'이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한 이후 약 2년 만에 첫 앨범을 발표한다.
타이틀곡인 "Shiver"는 이들 멤버가 모여 처음으로 만든 곡이다. 신비로운 사운드와 유머러스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 반복되는 리듬의 가사가 마치 주문과도 같이 들려 와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인트로 격의 곡인 "Log B"는 남성스러운 ‘홍롱’의 면모가 돋보이는 곡이다. 묵직한 사운드와 과감하게 끊는 호흡의 긴장감이 마지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룹에서 키보드를 담당하고 있고 작곡과 편곡의 큰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홍롱의 리더 이기영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Try Out"은 스트레이트한 질주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2007년에 이기영이 구성한 곡이지만 실현할 수 있는 멤버가 없어 묵혀 놨던 곡을 홍롱의 멤버들이 훌륭하게 구현해 냈다. 전혀 사랑 노래처럼 들리지 않는 "Leave Me"는 점점 강렬해 지는 기타 사운드가 일품인 곡, 거기에 보너스로 잠깐의 휴식 후 들려주는 기타 연주는 잔뜩 긴장시킨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줄 것만 같다. '붉은 희롱'이라는 의미를 가진 '홍롱'이라는 팀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음악을 최대한 집중해서 들어 보았다. 장문의 소감을 남기려다 결국 지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들의 음악은 무조건 들어 보아야 한다는 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