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스타'는 2002년부터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3인조 록밴드입니다.
탁류한'에서 기타를 치던 류선미가 동생인 류준형을 베이스기타로 하여 2002년 11월 '도그스타'를 결성하였습니다.
드러머로는 많은 이들이 거쳐 갔는데 현재는 그 또한 '탁류한' 기타리스트 출신이자 '젠타피'라는 걸출한 밴드를 겸하고 있는 매튜 오미타(최근에는 '박치기'라는 밴드도 한다고…대구에서 가장 정력적인 음악가 중 하나일 겁니다.)가 맡고 있습니다.
대구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개성있는 음악가/밴드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쉽지 않은 탁류한과 펑크밴드 화염병, 신신버스 등이 떠오르네요. 화염병 출신의 '석준'과 '건훈씨'는 포크 음악가로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신버스 출신의 dub씨는 연극과 뮤지컬, 영화음악쪽으로도 왕성하게 곡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대구는 현재에도 도노반, 검은행성, 인써트코인, 마치킹즈, 젠타피등 아직도 많은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음악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나 가느다랗고 조그마한 음악씬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절망적으로 보자면 그나마 있다고 생각했던 음악씬이 소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여기 이 앨범이 있으니까요.
2002년부터 대구를 떠나지 않고 (대구의 유일한 클럽 '헤비'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며 버티고 있는 '도그스타'의 앨범이니까요. 제가 '버티고 있는'이라고 썼는데요. 맞습니다.
'버티고' 있습니다.
('Vertigo' is in there.)
대구에는 현재 정기적으로 공연이 펼쳐지는 라이브 클럽이 딱 한 군데 있습니다.
바로 '헤비'입니다.
헤비는 96년 즈음에 문을 열었습니다.(그때는 '헤비네'였습니다.) 그때부터 대구 유일이라 할 수 있는 라이브클럽이었기에 왠만한 서울 (홍대앞) 출신 밴드들은 여기 무대에 섰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헤비에서 오랫동안 해체되지 않고 라이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도그스타'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응원해 줄만 합니다.
그들의 라이브를 지켜보고 박수를 쳐주던 청중들은 대부분 대구를 떠났거나 (록)음악을 떠났거나 이 세계를 떠났지만 말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3인조 밴드, 도그스타는 아직 여기 대구의 작은 음악씬에 머물며 공연이 시작되면 기타위에서 춤을 추고 베이스 위를 달리며 스네어 드럼 위로 원투스트레이트를 뻗치며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고 있습니다.
대구에 계신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헤비'를 찾아 주세요.
여기서부터는 앨범에 실린 음악들에 대해 간단히 제 감상을 말해 보겠습니다.
도그스타의 음악은 회화로 치자면 추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그대로 비정형적인 록음악입니다. 어쩌면 재즈음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기타를 치는 류선미씨는 음대 작곡과를 졸업했습니다.)
아무래도 멤버 두 명이 탁류한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덕분에 도그스타에게 끼친 탁류한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의 남한 대구인디(여기가 대구인디-_-;;) 음악씬의 기운이 조금은 남아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10여년의 라이브를 통해 그들의 음악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사석에서 그들도 그들의 초창기의 곡들을 연주하면 오그라들어서 잘 안하게 된다고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앨범 전체를 주무르며 지배하는 것은 류선미의 기타 연주입니다. 기타연주가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동작을 묘사히기도 하고 단순히 음향효과로 기능하기도 하고. 읊조림의 배경음악으로 기능하기도 하고요. 정말
다양한 기능을 하지요. 이건 마치 작가 손에 쥐어진 펜과 같습니다.
드럼과 베이스는 전체 앨범 안에서 기타 연주를 충실히 받쳐주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마디 한마디 툭툭 내뱉듯이 읊조리는 류선미의 목소리가 매혹적입니다.
첫곡은 굿바이, 홈런으로 류선미의 기타 솔로 연주가 인상에 강하게 남습니다. 앨범 속에서 가장 선율적이니까요. 이로서 우리는 도그스타라는 별에 첫인상이 좋게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승엽의 아시아 최다 홈런을 바라보며 곡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2번 곡 춤추는 고백은 선율보다는 코드연주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코드연주가 전형적이지 않으며 코드진행이 반복적이지 않습니다.
헤비한 이펙터가 물린 기타 연주로 우선 막을 치고 곧이어 마치 연극속의 인물의 독백같은 류선미의 읊조림이 나옵니다. (가사 중에 '사랑의 유람선을 타고' 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속옷밴드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3번 곡 슈팅 피싱도 기타연주가 주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낚시하러 가는 인물의 동작을 보여준다는 느낌이지 감정을 제시하거나 강요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4번 곡 사카린은 왠일인지 귀에 쏙 들어오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가사가 잘 들리는 곡이라서 그런 걸까요.
우리가 기준이상의 당(분)에 의해 신체의 소화기능이 정지되고 뇌가 함락되었을 때의 상황이 세 사람의 조화롭게 잘 믹스된 연주로 표현됩니다.
맞네요. 이건 어쩌면 표현주의 음악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마지막 곡 아마쿠사 왠지 모르지만 코드진행이 앨범 마지막을 차지해야만 할 것 같은 곡입니다.
반복되는 기타의 연주가 또한 선율적이기도 하여 굿바이, 홈런과 묘한 대구를 이루는 곡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도그스타라는 별에 갔다가 다시 이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게-연착륙을 하게 됩니다.
2000년대 초반에 대구를 뜨겁게 달구었던 인디계열쪽 음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그 청중의 숫자는 보잘것 없었을 거지만요. 그런데 그때로부터 결성되어 십여년을 활동하며 살아 남은 밴드가 바로 '도그스타'입니다.
지금 제 심정은 이렇습니다. 저는 어느 여름날 저녁 몇만명과 함께 멀리서 온 밴드의 노래를 떼창하는 것보다는 고작 몇명뿐이겠지만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도그스타의 공연에 흠뻑 빠져 있고 싶습니다.
본 앨범은 2011년 8월 8일 대구에서 조용히 발매되었으나 저의 제안과 추천으로 이렇게 향뮤직에서 여러분께 갈 채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혹 제 글에 동하셨다면 들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확신이 들지 않으신다면 http://dogstar21219.bandcamp.com/ 밴드캠프에서 수록곡 세 곡을 들으실 수 있답니다.
이래도 안 들어보시겠습니까?
작성 : 한받(현재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예전에는 아마츄어증폭기로 활동했었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