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온몸을 흔들며 정신없이 슬퍼하게 할 음악이 있다.
1년전 'Johahn Electric Bach'와 'band SSS'로 전세계 클럽을 안 열광시켰던 프랑스의 디스코 매니아 '조와 정'의 신보 [슬픈가요]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발매되었다. 바로 그 '조와 정'의 앨범이기에 이 앨범의 타이틀은 '슬픈가요'라는 한 단어로 읽기 보다는 '슬픈' - '가요'로 나누어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앨범에 앞서 soundcloud에 선공개되어 twitter를 달궈 놓았던 싱글 [조광사진관헌정곡] 한 곡만으로도 이들의 신보에 대한 느낌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7-80년대 TV 만화 같은 뮤직비디오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삐용삐용" 디스코 사운드와 보코더를 안이용한 보컬은 누가 들어도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고 몸을 흔들 수 밖에 없게 한다. 일렉트로니카와 힙합, 펑크(funk), 겹겹이 쌓인 샘플링, 단순하면서도 슬픔을 돋구어 주는 보컬... '조와 정'의 Jogwang-Cho와 Mickey-Jeong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슬프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웅장한 곡처럼 시작되는 2번 트랙 '내 남자친구의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슬프게도 'FinKL' 또는 'Dulgughwa' 를 연상시키는 기타 솔로를 삽입하여, 제목 그대로 다이내믹한 분위기의 댄스용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슬프기로 따지자면 80년대 중반의 신스팝(sins-pop)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남행열차'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이렇게 슬픈 곡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자신을 살펴보면,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경쾌한 유로비트의 '안타까운 로맨스'는 이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우리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에 이어서 애시드 하우스풍의 '나 가거든'이 연주되면, 우리는 이들의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테이프가 다 돌아갈 때까지 휴식 따위는 포기하게 된다. '내 남자친구의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도 보컬을 맡았던 Jogwang-Cho가 다시 등장하는 마지막 트랙 '사랑으로'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기진맥진하여 의자에 앉으면서도 또 다시 테이프 돌려감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조와 정'의 [슬픈가요]는 'band SSS'와 'Johahn Electric Bach'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것들이 단발성의 재치있는 시도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해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들은 어떻게 해야 우리를 슬프게 만들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흑형들이다.
글 / 문바(축구선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