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의 첫 음반 [상실의 기록]은 시간이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시계바늘 소리) 모르는 자신의 일상에서 시작한다. 그 일상은 어제와 오늘이 별 일 없이 지나고(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아도) 내일도 희망이 없는 그런 곳 이다. 과거의 기억들은 잊혀지지도 사라지지도 않고(사라지는 나를 봐) 희망은 밀려오지 않는 밤. 그녀는 촛불 켜고 한잔의 술(너무 좋아)을 들이킨다. 새로운 기대가 밀려오지 않아도 잠들지 못해도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긍정한다.
그녀는 애써 희망가를 부르지 않는다. 다만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삶의 단면을 노래로 만들고 부르는 동안 이런 삶도 있다라고 그려 보여준다. 새롭게 자신을 바꾸고 현실에 적응할 것을 요구하는 현대의 삶 속에서 그녀는 조 금 부족하고 나른한 채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율배반의 자신에게 화해를 청한다. 망설이고 우울에 빠지는 자신과 화해하는 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에 맞추어 ‘춤추고 뛰고 날아’(사라지는 나를 봐)버린 경험으로 부터 가능했 을 것이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지만 들려오는 노래는 우리를 화합의 장으로 잠시 안내하고 이 찰나는 긴 여운의 시간을 남겨주는 것일 테니까.
작곡은 전부 소영 본인이 했지만 연주에는 드럼에 최하람, 베이스에 조르바, 현철, 일렉기타에 손성훈, 편영도 첼로에 노윤정 등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해 소리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첫 앨범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연주 자들이 참여한 것은 그녀의 음악적 관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격정적인 첼로와 기타, 몽환적인 드럼소리 위 에 절규하는 듯한 보컬이 입혀진 '사라지는 나를 봐'는 이 앨범의 전체적 정서를 대변해준다. 반면 낮게 깔리는 첼로 선율과 콘트라베이스의 명료한 연주, 긁는 듯한 드럼소리에 맞추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가네, 흐르 네'는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따뜻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혼자 걸어온 수 많은 길들을 연상하며 만든 노래에 많은 동료들이 참여해 따뜻한 ‘쉼’이 흐르게 만들어 앨범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강경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