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노래는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툴렀지만 영원할 것을 믿었던 사랑, 그 불꽃이 환하면 환할수록 뒤따르는 어둠의 농도는 더욱 짙어지는 법. 하염없는 그리움에 무작정 걷던 날도,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해 머뭇거렸던 아쉬움의 날도 지금 여기 '배윤진'의 몽환적 보이스와 담담한 피아노 선율을 타고 다시 되살아난다. 비어있는 것 같지만 꼭 필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간결하면서도 단출한 악기구성과 끊어질 듯 이어지며 감성의 끝을 예민하게 건드리는 멜로디언 소리는 채워지지 않는 깊고도 근원적인 외로움을 애잔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잔인한 체념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배윤진'의 노래를 통해 우리는, 다시 안타깝게 사그라질지언정, 또 다른 불꽃을 환하게 밝히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