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앨범 소개입니다. 그렇지만 지나온 히스토리나 사람은 이래저래 설명하기가 수월한데 음악을 말로 설명하려니 난감합니다. 하지만 들어보시면 한트랙 한트랙이 익숙함과 새로움이, 장난끼와 정교함이, 옛것과 미래가, 고통과 쾌감이, 고독과 사랑이 절묘하게 공존하며 씨줄과 날줄로 단단히 짜여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실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앨범은 내용적으로는 크게 세가지 주제 - 인간과 사랑과 변화하는 세계입니다. 그안에서 특히 ‘인간존재의 불가사의 한 고유성’을 노래한 것이 타이틀 곡 [인간이 제일 이상해]입니다.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디서 나타나 왜 존재하는가. 단순히 진화한 원숭이라고 보기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 이를테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먼지뿐인 달에 간다든가 망망대해 우주로 우주선을 보내고 전기를 사용하고 컴퓨터를 발명하고, 지극한 사랑을 위해 자신읗 희생하는가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끔찍한 전쟁을 일으켜 수천 수만이 죽는 일을 서슴치 않는 존재. 이 이상하고 기묘한 존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 - 죄의식에 대한 곡들이 몇가지 다른 스타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직접적이고도 대표적인 곡이 [죄Song]이라는 곡이고, [사랑은 쌍방과실]도 인간을 지배하는 죄의식과 거기서 벗어나야 할 인간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휴게소]와 [오목교 러브 스토리]나 [나비처럼, 벌처럼]같은 곡들은 형식적으로는 조금 유치한 사랑노래 모양이지만 방황과 번민의 고통, 신분격차와 깨어진 약속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심리를 노래한 것입니다.하지만 이런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면 황신혜밴드 답지 않으므로 가사들은 대체로 전형적인 가요, 그중에서도 트로트처럼 직설적인 묘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운드적인 측면과 음악형식의 면으로 접근하면 이번 앨범은 다양하고 새로운 사운드로 가득차있습니다. [몰래몰래]와 [죄SONG], [인간이 제일 이상해] 같은 곡들은 장르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곡들이고 [오목교 러브 스토리]는 한국 고유의 락 스타일로 만든 곡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신중현 스타일의 변종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잘먹겠습니다] 는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셀프리메이크된 곡으로 저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곡이기에 꼭 재편곡하고 싶어서 리메이크했습니다. 곡 후반부의 트럼펫 독주 부분을 사랑합니다. [꽉 잡아라 떠내려간다]는 ZZ-TOP스타일의 아메리칸 부이우기 기타 리프위에 타령조의 보컬과 꽹과리, 태평소로 한국의 색채를 듬뿍 담아낸 곡입니다. 이곡의 스페셜 피쳐링 아티스트는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을 가장 걸출한 국악인으로 인정받는 원일의 연주입니다.
이밖에도 실력과 친분을 겸비한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베이시스트 지정훈, [장기하와 얼굴들]의 키보디스트 이종민, 차세대 재즈명인 트럼페터 신영하, 전 [하지와 TJ]리더이자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찌 등등이 본 앨범에 우정 출연해주셨습니다. 또한 콜라보레이션 개념을 함께 작업해주신 아티스트들이 계십니다. 일본의 켈리그라퍼이자 사진가 토미나가 야스히로씨는 [10,000 Funny Faces]라는 놀라운 사진 작업으로 저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으며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를 위해 엄선된 천장의 [우스운 사진]을 저에게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신 타이포그라퍼 안상수 선생께서 ‘이상체’로 주셨습니다. 황신혜밴드 2집활동 당시 [새마을시스터즈]로 활약했던 유미니는 이제는 아트디렉터가 되어 이번 의상의 소품 제작으로 함께 공동작업에 참여했네요. 또 예리한 감각의 젊은 사진가 김재우군이 프로필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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