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배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바라보기’라고 정했다. 강요하거나 착취하거나 빼앗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사랑. 그것은 부질없는 욕심과 통제불능의 욕망을 넘어선 따뜻한 관조를 뜻한다. 그런 만큼 이번 앨범에서 배영배는 최대한 기교를 배제한 채 진솔한 자기 목소리 그대로를 담백하게 담았다. 이전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앨범을 통해 듣는 노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보다 원초적이고 솔직해졌다고 할까. 기타, 베이스, 드럼의 기본 편성 위에 부드럽게 스미는 배영배의 목소리는 서른을 갓 넘긴 자의 쓸쓸함과 허탈함, 아쉬움과 비탄 등이 유별난 감정적 과잉없이 녹아있다.
대체로 이별과 상실 등 비관적이고 슬픈 정조가 지배적이지만 그 슬픈 정한을 표현하는 배영배의 음성은 대체로 무심하고 고요하다. 때문에 슬픔 자체에 함몰되어 마음의 허허로운 공간 속을 추적추적 적시는 습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약간 흐리고 눅눅하기만 할뿐이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다소간의 밋밋함을 여유로 느끼든 초연함으로 느끼든 그건 듣는 이의 몫이다. 어쨌거나 배영배는 자신의 음악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로크롤의 기본 패턴 위에 자신만의 솔직한 심상을 얹었을 뿐이니까.
음악적 양식은 여러 의미에서 음악하는 사람의 정서적 태도와 마음의 편린들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배영배의 이번 앨범은 온갖 휘황찬란한 수식들을 떼어낸 자의 솔직한 일기와도 같다. 배영배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들을 노래로 채록해 다소곳하게 들려준다. 그인들 화려해지고 싶은 열망, 거대한 걸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배영배는 자신의 음악적 깜냥과 삶의 부피에 대해 솔직하게 긍정하고 자신이 받아들인 만큼, 소화한 만큼, 표현할 수 있는 것만큼의 소리를 사심없이 내뱉는다. 그의 둥그런 음성위에 깔리는 다소 낡은 듯하면서도 자신만의 톤을 잡기 위해 마음의 심지를 세우는 듯한 기타소리는 이 앨범이 선물하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백미다.
요즘 세상은 온갖 화려한 소리들이 춘추전국시대처럼 난무하는 소리의 천국이자 지옥이다. 휘황찬란과 지리멸렬이 공존하는 이 시대의 음악풍토에서 배영배의 새 앨범은 오랫동안 입에 익어왔으나 잘 찾아먹게 되지 않는 은은한 산나물과도 같다. 온갖 달고짠 음악들로부터 감각의 피신처가 필요하신 분, 또는 삿된 감정의 동요로부터 저만치 달아나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시는 모든 분들께 배영배의 새 음반을 추천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