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음악의 본고장 미국에서 힙합 팀의 결성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동일 지역에 산다는 지역적인 유대감일 것이다. 크게는 동부와 서부, 작게는 하나의 주, 또는 일부 도시를 대표하는 힙합음악이나 랩퍼들로 구분되어 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힙합을 받아들이는 시기는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이 활성화 되는 시기와 함께한다. 전화선 모뎀으로 접속하여 각종 정보를 제공하던 하이텔, 천리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 동호회가 생성되었고 그 속에서 몇몇 흑인 음악 동호회도 생겨나게 되었다. (많은 뮤지션을 배출한 SoulTrain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정보화 강국답게 이제는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통해 지역 연고와 상관없이 전국의 힙합 동료들과 채팅과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통해 서로의 음악 세계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수많은 힙합뮤지션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해 주는 동시에 수없이 많은 자칭 MC들을 생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길거리에 힙합 옷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자신을 MC라 칭할지도 모른다.)
- HIHOP2MC? : MC에게 있어서 힙합
HIPHOP2MC(이하 힙투엠)는 2001년에 처음 DAUM 카페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힙투엠의 개설자인 NeverTrick(남기옥)은 군복무 중에 힙합에 대한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인터넷상에 힙합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였다.
힙투엠은 다른 힙합 카페와 달리 이름에서 알듯이 "MC에게 있어서 힙합"이란 주제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고 2002년 단체곡 "강행군"을 밀림에 공개하며 그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카페 개설 2년 만에 그동안의 강행군의 첫 번째 결과인 『The Minor』 EP가 2003년 10월 드디어 발매되었다.
밀림을 주축으로 활동하던 H2M클랜의 첫 번째 출사표인 동시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힙합 클랜의 홍수 속에 단지 자칭 MC만으로 남아있지는 않겠다는 힙합을 향한 강행군의 결과인 것이다.
- EP : 『The Minor』
『The Minor』 는 대한민국 힙합scene의 Minor(소수)들의 순수한 열정을 담고 있다. 사물놀이와 오케스트레이션의 조화로 시작되는 첫 번째 트랙 'Intro-We H2M'은 뒤에 이어질 11곡에 담겨져 있는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를 예고하고 있다. 11곡 모두 서로 다른 랩퍼들과 서로 다른 프로듀서들에 의해 제작되었고 그래서 각각의 곡들이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클랜원들의 각자의 색깔을 충분히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써 각자의 스타일이 강하게 살아있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나 대부분의 대한민국 언더씬의 힙합 음악의 추세가 샘플링 작업을 통한 작업 인 것을 볼 때 때로는 직접 작곡을 하거나 미디 작업을 하여 자칫 노래방 반주 수준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시퀀싱에 대한 두려움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미국의 힙합씬에서는 조금은 거칠지만 톡톡 튀는 미디 시퀀싱을 기반으로 한 힙합 곡들이 많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The Minor』에서는 샘플링과 작곡의 경계를 넘나들어 다양한 힙합 곡의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Intro'와 'Outro'에서 이러한 앨범의 색깔을 잘 나타내고 있다. East의 Intro는 미디시퀀싱을 중심으로 한 깔끔한 편곡의 오프닝을 선보인 반면 신의 의지 소속 뮤지션들과의 작업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DJ-Jeans의 Outro는 그만의 독특한 샘플링을 통해 곡의 재창조에 대한 실험 정신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앨범에서 기존에 듣지 못했던 신선한 보이스의 랩퍼와 다양한 장르의 힙합 곡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앨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들과 같이 Minor로써의 열정으로 도전하는 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계속 나와 리스너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길 바란다.
- 트랙별 소개
1. Intro-We H2M.. - East
앨범의 서막을 알리는 인트로는 사물놀이 리듬이 현악기의 조화를 이루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뒤에 이어질 11곡에 담겨져 있는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를 예고하고 있다.
2. 1lifemate - Technic`J feat. MC KN
Technic'J와 KN이 함께한 곡으로서 일렉기타의 연주와 저음의 현악기 선율이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를 정의내리고 있다. 소중한 친구사이의 대화로 풀어져 나가는 랩핑에 귀 기울이고 가사를 들어봐야 할 것이다.
3. My story - 도진 feat. JPS
모 연예인의 매니저이면서 동시에 MC의 타이틀을 걸고 이번 앨범에 참여한 도진은 직접 미디 시퀀싱을 통해 3번째 트랙 'My Story'를 완성하였다. 재즈 기타와 일렉 피아노의 조화를 이룬 부드러운 MR과 그의 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4. As Love As - KnSchool Project
조금은 우울한 R&B 보컬은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를 리드하며 사랑에 대해 고민을 주고받고 있다. 사랑에 고민하는 KN의 랩이 조금은 침울해져 있는 현재 상황을 대변해준다면 LS 랩은 자신 있게 KN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듯한 시원함을 주며 곡을 마무리한다.
5. 스물다섯의 딜레마 - NeverTrick
힙투엠의 창립자인 NeverTrick의 곡. 고음의 랩퍼인 그가 소개한 "스물다섯의 딜레마"는 현재 자신의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과 변해버린 세상에 대한 아쉬움에 관해 곡을 써내려가고 있다. 조금은 냉소적인 보컬은 자기 성찰의 진지함을 더해준다.
6. 시인의 마을 - riverz
riverz 혼자서 프로듀싱, 랩, 보컬을 모두 맡은 곡으로 한국적인 창법과 멜로디가 특징이다. 험한 세상을 떠도는 방랑 시인의 모습이 떠올리게 된다.
7. Respect H2M - MC Trigger a.k.a 오월의MC
웅장한 스타일의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다. MC Trigger가 직접 믹싱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힙투엠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랩퍼이다. 신입 멤버로서 자신의 mind를 소개하고 있다.
8. J-Flow - 자타 feat. Technic'J
재즈풍 피아노 반주의 흥겨운 랩곡이다. 자타와 Technic'J가 랩에 대한 정의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두 랩퍼의 이름이 모두 J로 시작되어 J-Flow라고 제목을 정한 것일까? 흥겨운 비트에 어깨를 움직여 보자.
9. One fine day - MC huda feat. mastermind
다소 빠른 비트의 곡으로 얼마전 군에 입대한 mastermind와 함께 한 곡이다. 최근 미국 힙합에서도 시도되는 원곡의 피치를 과도하게 올려 샘플링하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효과는 조금은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10. 사랑 그대로의 사랑 - 루피너스
루피너스의 감미로운 멜로디 랩과 새롭게 구성된 discotheque의 보컬이 돋보인다. 일종의 멜로디가 포함되어 있는 자메이칸랩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멜로디랩을 하는 랩퍼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리 흔하지 않은 정통 멜로디랩을 들어볼 수 있어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11. 이틀 동안의 만남 - 절대[絶對]
라디오 주파수를 찾아가며 소개되는 절대의 "이틀 동안의 만남". 이틀 동안의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털어놓는 그의 랩을 찬찬히 들어보자. 첫 만남부터 시작되는 그의 감미로운 사랑 고백을 강렬한 여성 보컬이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
12. 다시 시작 - MC Niga-Flow
미디 시퀀싱을 통한 곡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곡이다. 저음 목소리톤을 소유한 MC Niga-Flow의 랩은 jazz quartet의 콘트라베이스와 함께 환상의 협연을 이룬다.
13. Outro - DJ-jeans
DJ, MC, 작곡가로써 다양한 활동을 해왔던 DJ-jeans의 프로듀싱 실력을 1분 45초동안 유감없이 보여주는 'Outro'이다. 영화가 끝나고 검은 화면 위로 올라오는 End Credit처럼 EP 수록곡들을 하나씩 연상시킬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곡이다. 힙투엠의 EP를 마지막으로 장식한다.</b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