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밴드 HUSBAND는 스스로 즐기기 위해 곡을 만든다. 그리고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 ‘졸린 영화’의 분위기를 뭉뚱그리자면, 프로그레시브한 느낌에 퓨전 재즈, 일렉트로니카, 미니멀풍 음악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음악적 감성도 세대와 공간의 틀 속에 가두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또렷하게 드러내고자 한 부분이 있다. 바로 ‘HUSBAND'의 새로운 음악적 자아다. 단순하면서 강하고, 화려하면서 섬세한 멜로디 라인, 시간과 공간을 더욱 확장시킨 비트, 이질적인 색채감을 주는 임프로비제이션, 시적인 가사…. HUSBAND의 ‘졸린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음악적 감성을 채집하고자 한다.
당신의 HUSBAND 출현
HUSBAND는 재즈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김진우의 새로운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원래 그의 음악은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 속에서 숨쉬었다. 그런데 이번 ‘졸린 영화’는 스스로의 성향을 좀더 분명하게 드러낸 프로그레시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보컬 곡의 가사에선 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시는 시 자체로서 이미 충분하지만, 음악적 감성은 시를 너무 외롭지 않게 한다는 그의 생각이 그대로 녹아 있다.
SF 소설가로도 알려진 김진우는 2001년 프리 재즈 스타일의 피아노 콘서트를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자아도취성 피아노 난타에 푹 빠져있던 그는 간결한 테마를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으로 이끌고 나가는 임프로비제이션을 무대에서 처음 펼쳤다. 그의 음악적 실험은 그림자극, 미디어 아트, 비디오 아트, 나레이션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교류 및 공동작업을 통해 지속돼 나갔다. 2004년 단독 콘서트 ‘Musik Rocket’에선 프리재즈 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리고 작곡가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재즈보컬리스트, 뮤지컬 배우, 성악가가 그의 노래를 불렀고, 재즈피아니스트, 해금 연주가가 그의 곡을 연주했다. 2006년 첫 작품집 ‘LUNA’(꼬레뮤직)를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어쿠스틱 분위기가 강한 이 앨범에 재즈보컬리스트 박라온, 해금연주자 김주리 등 많은 음악인이 참여했다.
★ ‘졸린 영화’ 곡 해설 ★
타이틀곡인 ‘졸린 영화’나 ‘조금 느리게’ 같은 곡은 도시의 길모퉁이 같은 데서 세상을 바라보는 음유시인의 정서를 품고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빨리 돌아가는 이 세상의 한가운데서 왜 졸릴 뿐인지….세상이 보여주는 시스템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지루할 뿐이다. 마치 졸린 영화처럼. 과연 세상이 품고 있는 비밀의 접근에서 인간은 배제된 것이 아닐까. 그러한 정서를 극적이고 몽환적인 음악으로 표현했다. ‘일어나’, ‘바텐더 루빳’은 비교적 경쾌하고 발랄하다. 골방에 틀어박힌 누군가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유혹의 주문을 계속 외운다. ‘할 일이 많은 아무개야. 뭐하고 있니? 어서 일어나. 너라면 안드로메다도 갈 수 있을 거야. 또 운이 따른다면 저 세상 깊은 곳의 어느 바에서 진귀한 재료로 만든 칵테일을 맛볼 수도 있어.’
‘인사동’, ‘생명의 신께’는 점점 스러져가는 추억과 낭만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더께와 이끼는 벗겨졌다. 하지만 음악 속으로 그 풍요로웠던 낭만을 이식시켰다. 트롯풍의 ‘생명의 신께’는 원래 가사가 있었다. 세상에서 매일 죽어가는 닭을 비롯한 동물들을 위한 진혼가. ‘닭님들 죄송해요…’로 시작하는 그 곡은 키취적인 트롯의 토대 위에 재즈와 현대음악적인 감수성이 입혀졌고, 그렇게 성질이 변한 트롯이 오히려 트롯의 본질을 일깨운다. ‘그날’은 하나의 주제 선율이 6분여 동안 반복되면서 미묘하게 변하는 미니멀한 형식을 갖고 있다. 얼핏 단조롭게 들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기 다른 선율의 실루엣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기억할 만한 어떤 것에 대한 감정은 계속 변해간다. 하지만 여전한 것은 그 감정의 일부분인 애잔함이다. 마치 이 곡은 아름다운 것은 애잔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의 이중주가 펼쳐지는 ‘고마워요’에서 HUSBAND의 시선은 먼 과거에 닿아 있다.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견고한 실제이다. 반면 일렉트로닉과 멜랑콜리한 멜로디가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
클럽’의 감성은 아주 먼 과거에서 바라본 아주 먼 미래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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