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90년대 중반 일본 재즈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멜닥 레이블에서 발매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멜닥 레이블이 쇄락함에 따라 최근에는 앨범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희귀반이 되었다. 여기서 듀크 조단은 여행을 테마로 자작곡과 스탠다드를 연주하고 있는데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으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Eternal Travelers]는 선곡에 있어 전작보다 훨씬 대중적이며 근면성실한 그의 이미지에 더욱 부합되는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더군다나 예스퍼 룬가르(b), 에드 씨그펜(ds)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라인업은 70년대 스티플체이스 시절부터 듀크 조단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멤버들로 베이스와 드럼 연주 역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10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 듀크 조단의 자작곡은 ‘No Problem’ ‘The Fazz’ ‘Lullaby Of The Orient’ 세곡이며 ‘How Deep Is The Ocean?’ ‘I Better Watched Out~It Had To Be You’ ‘September Song’ ‘Time After Time’ ‘From Russia With Love’ ‘St. Thomas’ ‘Sentimental Journey’ 등 7곡의 스탠다드가 담겨있다. ‘No Problem’이야 듀크 조단의 18번과 같은 곡이며 ‘Lullaby Of The Orient’는 일본 공연을 계기로 그가 작곡한 특별한 곡으로 유명하다. ‘St. Thomas’ ‘Time After Time’ ‘September Song’ 등은 국내 재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탠다드인데 영화 007의 주제가였던 ‘From Russia With Love’가 수록된 점이 특이하다. 오프닝 ‘How Deep Is The Ocean’은 마치 피아노 소나타를 연상시키듯 클래시컬한 플레이로 시작하는 듀크 조단의 화려한 연주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지나치게 탐미적이지도 않으면서도 건실한 서정성을 담은 듀크 조단표 연주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그의 모습은 친숙한 멜로디의 ‘September Song’이나 ‘Time After Time’ 그리고 ‘Sentimental Journey’에서도 계속된다. 성실하게 한 음 한 음 연주하되 결코 현란함에 빠지지 않는 담백한 피아노의 울림은 좀처럼 귓가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특히 영화 <카사블랑카>의 연주 장면을 연상시키는 ‘Time After Time’의 경우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근면성실한 담백한 피아니스트 듀크 조단의 모습을 확연히 만날 수 있다. 듀크 조단의 연주 외에도 예스퍼 룬가르와 에드 씨그펜의 리듬섹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들은 리듬이 돋보이는 작품 ‘No Problem’ ‘From Russia With Love’ ‘St. Thomas’ 등에서 빼어난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특히 듀크 조단 ? 예스퍼 룬가르 ? 에드 씨그펜 트리오의 놀라운 앙상블이 돋보이는 ‘St. Thomas’에 주목하기 바란다. [Eternal Travelers]는 [The Beauty Of Scandinavia]와 동일선상에 있는 작품이면서도 선곡 면에서 보다 대중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하기에 [Flight To Denmark]를 통해 듀크 조단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들어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듣기 편한 말랑말랑한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라는 그에 대한 선입관을 이제는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이들이 듀크 조단의 음악세계와 조우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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