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Cello》
그녀의 음악은 음역이 넓고 음색이 다양한 첼로처럼 내밀하게 자리 잡은 리듬과 스트링 편곡은 잔잔히 쓰이며 그 하나하나 빈틈없는 배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하기에 오래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빠져드는 ‘아름다움’은 ‘고급스러움’ 사이를 오가며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것은 그룹 베이시스의 정재형이나 김동률처럼 음악이 가요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아무리 세련된 음악이라도 한국대중음악에서 보여지는 뽕짝이라는 미묘함이 담겨져 있기 마련인데, 《Cello》에게서는 그런 정서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적이지 못함’을 반대로 노려 곡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부각시키고 있다.
글루미한 발라드 보컬로 익숙한 일기예보, 러브 홀릭의 <강현민>과 무겁지 않은 허스키 보이스로 다양하게 음폭을 표현할 줄 아는 <The One>과 지난《Cello》1집에서부터 함께 해온 박은태, 그리고 이인영이 발굴해 낸 신인 가수 도윤숙은 강하면서도 여리고, 대담하면서도 유연한 음색으로 앨범의 흐름을 이어주고 있다.
이미 《Cello 2집》에 수록된 곡들은 영화와 드라마에 삽입되어, 그 서정적인 영상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조한선과 강동원의 주연으로 개봉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늑대의 유혹>에는 <춘곤증>이 삽입되었고, 각기 다른 레파토리로 뛰어난 영상미와 독특한 스토리로 수많은 매니아를 둔 KBS <드라마 시티>에서는 이인영의 곡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신의 노래들에 다른 색채의 보컬을 기용할 줄 아는 그녀는프로듀서이며,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그녀는 작사가이고,
다양한 악기들을 소소하게 풀어낼 줄 아는 그녀는 작곡자이며,
어눌하고 서툰 음색에 맛을 낼 줄 아는 그녀는 가수이다.
<수록곡 소개>
1. 저녁 바람
- 아주 멀고 높은 하늘 위까지 우리의 영혼을 이끌고 올라가는 바이올린의 섬세한 떨림은 고스란히 바람으로 전해져 온다. 전쟁 같았던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온전히 혼자인 나를 발견하는 시간. 첼로의 아련한 내부적 진동과 함께 전해오는 선율은 하루의 끝에서 느끼는 슬픔이 아니라, 자신만의 하루를 시작하는 느긋함을 전해준다.
2. 선인장
- 느린 템포, 어둡고 몽환적인 기타, 구슬프게 울리는 보컬을 흔드는 일렉트로닉한 연주는 눈물을 흘리며 격정적으로 슬픔을 토해내고 있다. 선인장은 더 이상 가시를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존재가 아니라, 내가 감싸 안아야 할 존재이며, 내가 스며들어가 꽃 피울 또 다른 자아이기 때문이다.
3. Kiss To You
- 보사노바 리듬으로 밝게 풀어낸 기타와 건반의 멜로디 선율은 한낮에 눈부신 햇살처럼 따사로운 보컬과 함께 온몸으로 달콤하게 퍼져온다. 마치 한겨울에 상상하는 한여름의 바다처럼… 예쁜 색깔을 가진 물고기들이 투명한 바다 속에서 반짝이고, 두근거리는 사랑이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다.
4. 춘곤증
- 리듬과 멜로디 사이의 틈새를 이어주는 프로그래밍은 튀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흐릿하게 번져가는 기타 연주와 만나 오묘한 조화를 일궈낸다. 그리고 힘을 뺀 이인영의 보컬은 봄이 전해오는 나른함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움의 나른함으로 전이되어 낮게 읊조린다.
5. 노란신호등 - 타이틀곡
- 애절한 묘미가 기타 선율에서 시작되어 휘몰아치는 감정의 변화가 노란 신호등이라는 일상 속의 사물에 투영 되어, <선인장>에서 들려준 격정적 슬픔에서 한 발짝 비켜나 힘을 뺀 도윤숙의 보컬은, 그 어느 수록곡보다 애절한 마음을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그려내고 있다.
6. 비행
- 가성에 가까운 허스키한 보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는 <The One>의 안정된 보컬은 약간 눈물이 마른채로 덤덤함으로 시작되어 간주에서 펼쳐지는 샘리의 몽환적인 기타연주와 퍼커션의 창공을 가르듯 상쾌한 비트가 드라마틱한 힘을 발휘해 낼 때, 비로소 눈물을 터뜨려낸다.
7. Mellow Morrow
- 이인영이 내추럴 하게 들려주는 보컬이, 스트링의 그루브한 분위기에 상큼하게 리듬을 누르고 있는 건반과 브라스의 경쾌한 연주가 도시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에 어우러져 친근하게 다가온다.
8. 잠들지 않는 새
- 일기예보, 러브홀릭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자신만의 글루미한 발라드 보이스를 만들어 낸 <강현민>의 보컬과 암울한 통울림으로 그 여운을 더하는 첼로, 그리고 사이로 들려오는 기타 연주는 심연의 끝으로 쓸려가는 그리움을 차곡차곡 담아두는 듯 투명한 선율로 담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9. 새벽 3시
- 역동적인 비트의 리듬과 경쾌한 브라스의 처음은 점점 뒤로 흐르면서 팝 스타일로 매끈하게 진행되면서 기지개를 펴듯 스트링은 일어서다 브라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도윤숙의 보컬은 촘촘히 박혀있는 연주들 속에서 사춘기 소년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소리를 키워 나가고 있다.
10. 보내주기
- 건반의 부드러운 톤으로 시작하여, 다소 어둡고 우수에 찬 정적인 박은태의 보컬에 떨어지는 리듬 프로그래밍은 차갑게 식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제목처럼 이별을 결심하고 홀로 남겨진 상황을 표현한 것과 같은, 극도로 절제된 보컬을 부각시켜 놓았다.
11. 춘곤증
-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의 피아노는 투명하다. 그러하기에 고즈넉하게 읊조리는 이인영의 나른함을 깨우지는 않고, 봄내음이 물씬 풍겨 나는 한없이 투명한 피아노 터치로 봄바람을 몰고 온다. 마치 연인의 따스한 손길처럼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어 느긋해지게 만들어주면서 말이다.
12. Memory
- 한낮에 눈부시던 태양이 구름 뒤로 숨어들어 하늘과 바다가 어느새 짙푸른 먹빛으로 하나가 되듯, 넓게 퍼지는 첼로의 울림에 스며든 기억들은, 지판 위에 얹은 왼손처럼 나를 붙들어 두고 있기에 첼로 선율의 은은한 매혹으로 변주되어 먹빛 바다 속으로 은은히 흘러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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