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특유의 섬세한 연기와 애절한 가락, 배우들의 특이한 분장과 화려한 의상으로 50-60년대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여성국극은 오십 줄을 넘어선 사람들에게는 한편의 아련한 추억이자 향수이다.
여성국극이 태동한 것은 1947년으로 임춘앵, 박귀희, 김소희 등 당대의 여성 명창들이 모여 ‘춘향전’을 공연할 때였다. 젊고 잘 생긴 남자 명창이 있어야 이몽룡역을 맡길텐데 마땅한 적임자가 없었다. 공연 날짜에 쫓겨 임시 방편으로 임춘앵씨가 남자 이몽룡 역을 맡았다. 그런데 이 공연은 뜻밖에 대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48년에 5월 임춘앵, 박귀희, 김소희, 신숙씨 등이 주축이 되어 ‘여성국악동호회’를 조직, 다음해 공연한 여성국극 ‘햇님달님’은 큰 인기를 모았으며 극장마다 인파가 몰려들었다. 여성국악동호회는 그 여세를 몰아 창극계를 압도해 간다. 전쟁 중 피난지에서도 여성 국극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 후 여성 국극이 몇 년 안에 대중예술의 총아로 떠오르자 수십 개의 국극단이 창단되었고 대도시 극장들은 사람들로 대성황을 이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의 남자 주인공은 ‘언니부대’를 이끌고 다닐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이들은 연기, 춤, 소리, 용모가 매우 뛰어난 팔방미인으로 이들 배우들을 사모해 러브레터를 보내거나 시집을 가지 않은 여성팬이 있을 정도였다.
60년대 중반 이후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여성국극 붐은 완전히 사그라졌다. 진부한 사랑타령 중심의 소재에 안주하는 등 소재 빈곤과 후진양성 소홀도 여성국극이 쇠퇴의 길을 걷게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