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중과 비평가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온 김지연(CHEE-YUN)의 음악 활동은 현재 국내에 알려진 것 보다 훨씬 활발하다. 일본 굴지의 음반사인 DENON 레코드사를 통하여 5장의 음반이 발매되었고 이들 모두가 세계 음반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음에도 유독 우리 음악시장에서 그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몇 년 전 만해도 우리는 그녀를 각종 국내 매체를 통하여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모 방송국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은 고인이 된 컨트리 가수 존 덴버와 함께 음악을 주고 받던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국내에서 그녀의 음악활동이 뜸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 클래식 애호가의 보수적인 취향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그녀의 적극적이고 화사한 무대매너와 달변이 오히려 그들에게 거북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과연 우리가 세계의 무대에 자랑할 만한 실력 있는 연주자, 그 중에도 바이올리니스트는 과연 얼마나 될까? 열손가락을 다 사용하기도 힘겨운 현실인데 우리는 우리 연주자에 대해 너무도 혹독하다. 특히 일반 대중들에게 친화력 있는 연주자들에 대한 소위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팬들의 거부반응은 극단적이다. 연주자의 음악과 활동은 무엇보다 순수해야 하고 클래식 음악과 연주의 색깔을 이해하는데 곤란을 겪는 대중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연주자의 길’을 그어놓고 그 길을 벗어난 연주자들에게는 무자비한 비난과 험담을 쏟아 놓는다.
아마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도 당시에 이 독설과 야유를 피해 가기 힘들었을 듯 싶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라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명분을 걸고 연주활동을 하던 정통 클래식 음악인들이 IMF 경제위기 이후에 자취를 감추고 클래식 음악시장이 하루아침에 몰락했던 것도 어찌 보면 클래식 음악을 열린 마음으로 보아주지 않았던 고지식한 터줏대감의 옹고집에서 비롯되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연주자들이 너무도 많이 필요한 때이다. 폐허로 무너져 내린 국내 클래식 음악 시장을 새로운 기운으로 일으켜 세워줄 역량 있는 연주자들이 필요하다.
김지연 역시 지금 우리에게 매우 필요하고 소중한 연주자 가운데 하나이다. 그녀는 자신의 살아있는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청량제 같은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빼어난 역량과 천부적인 음악성을 갖춘 얼마 안 되는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아닌 인간으로서도 김지연은 매력이 넘치는 연주자임에 틀림없다. 최근 모 기업 샴프 광고의 모델로 등장하여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그녀가 ‘베스트 컬렉션’ 음반을 발매하였다. 그 동안 간간히 수입을 통해 해갈했던 그녀의 음반 가운데 바이올린 소품과 협주곡, 소나타 등을 한데 모은 앨범을 라이센싱 발매한 것이다. 판권 이양에 상당히 까다롭기로 정평 있는 일본 클래식 레이블인 DENON음반사의 양해를 구해 선보이는 이번 김지연의 “사랑의 보칼리즈”앨범을 시작으로 그녀의 활발한 국내 음악 활동을 기대해 봄 직하다. 이미 올 7월에 국내 협연 일정이 잡혀있고 이후 무대에서 자주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겨울 시즌을 통해 레코딩 되어 내년 초 발매될 크로스오버 앨범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