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니에 베토벤 첼로 소나타 및 HMV 초기 레코딩>
피에르 푸르니에가 들려주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는‘첼로의 황태자’라는 그의 별명이 말해주듯, 고아한 향기가 넘치며, 귀족적인 기품과 높은 격조를 지녔다고 평된다. 물론 그가 1960년대 초에 아르히브에서 내놓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도 카잘스 이후 최고의 연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소개되는 이 음반은 푸르니에게 40대 초반 불혹의 넘어 굴다나 켐프이전 10여년전에 녹음한 앨범으로 더욱 충만한 에너지로 베토벤의 음악에 섬세한 표정을 불어넣고 있다.
푸르니에의 이 음반은 두 가지 점에서 여타와 구별 될 수 있다. 우선 첼로와 피아노로 이어지는 단선율을 입체적이고 다성적으로 표현해내는 그의 솜씨는 전적으로 푸르니에만의 멋스러움이다. 푸르니에의 연주를 들어보면, 그의 프레이징과 다이내믹 설정은 결코 즉흥적인 감각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 곡에 대한 구조적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가 연주하는 음악에는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 그리고 ‘정지’와 ‘운동’이 적절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그의 변화무쌍한 연주를 들으면 앞으로 나올 선율이 어떻게 표현될지 묘한 기대감을 갖게 되며,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더 배가된다. 단선율 속에서 몇 가지 성부를 끄집어내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계층적으로 파악하여 각 악구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그의 연주는, 지성적인 연주의 표본이 된다. 그러나 더욱 감탄하게 되는 것은, 구조적 중요도에 따라 계층적으로 분절된 각 악구들이 놀랄 만큼 매끄럽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구별된 악구들은 음색과 음량의 차이를 보이지만, 모두 하나의 숨으로 연주된다. 멜로디는 결코 끊기는 법이 없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것은 활의 압력과 길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그의 뛰어난 테크닉에 힘입은 효과이기도 하겠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바흐 음악을 보는 그의 깊고 넓은 안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푸르니에가 들려주는 베토벤은 미세한 구조에서부터 전체적인 통일성에 이르기까지 이 음악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바탕을 둔 명연으로 간주된다.
한편 2장으로 이루어진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외에 함께담은 생상,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의 HMV 시절 소품들도 눈길을 끈다. 우리귀에 익은 첼로의 대표적 소품들이지만 푸르니에의 디오니소스적인 첼로는 어쩌면 이 소품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단연 귀족적이고 우아한 연주의 한 표본일뿐만 아니라 거기에 소탈함과 단정한 양식감, 균형감등은 낭만주의의 정갈한 음악에는 더없이 아름답고 따스함을 보여준다. 프랑스 근대 작품들의 연주에 최고의 자리매김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멋'의 연주, 첼로의 귀족
피에르 푸르니에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3CD) 및 HMV 초기레코딩
<First Time on Complete CD>
희귀본으로 알려진 푸르니에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피아노 쉬나벨)이 출시됐다. (굿 인터내셔널 모노폴리). 이미 푸르니에 이름으로 발매된 빌헬름 켐프(65년), 그리고 굴다(59년)와의 것보다 훨신 앞선 1948-49년 사이에 녹음으로 사실상 푸르니에 최초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녹음이며 쉬나벨과의 연주로 발매된 CD로는 처음이다.
'첼로의 귀족(Aristocrat of Cellists)' 이라는 애칭답게 미세한 구조에서 전체적인 통일성까지 표정어린 섬세한 '멋'이 가득한 푸르니에의 첼로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최초의 전곡녹음자이자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등 독일계 작곡가들의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쉬나벨의 호흡은 깨끗한 음질에 앞서 더운 여름철을 첼로 삼매경에 빠뜨릴 충분한 요소다.
A player of firm intellectual control, with a smooth tone, easy technique,
and a classical turn of phrase, he has nonetheless cultivated wide repertoire
and has also been an effective advocate for much modern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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