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일환… 2020년대 발라드로 다시 채색
- 시대를 넘어 바통 받은 10대 후반의 감성… 김완선이 못 다 쓴 드라마의 완성
최근 산울림 김창훈과 가수 김완선이 서울 광화문 ‘갤러리 마리’에서 미술전 ‘김완선X김창훈-ART BEYOND FAME’을 열었다. 김창훈이 김완선의 초기 앨범에 작사가, 작곡가로 참여한 인연이 이렇게나 길게 이어진 것이다. 1980년대에서 뉴 밀레니엄을 넘어 2020년대까지, 음악을 넘어 미술까지. 10대 후반이었던 젊은 가수는 어느덧 ‘작곡가 선생님’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함께 예술과 삶을 논하고 있었다.
몇 년 전, 김완선을 만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데뷔 초기, TV 화면 속에서 봤던 모습은 뇌쇄적인 댄스 가수였는데 실은 음악적 야심이 간단치 않았음을 그제야 알았다. 그는 “사람들이 제게 춤만 기대하는 게 감옥이었다”고 했다. 인순이의 리듬터치에서 활동하며 데뷔를 준비하던 15세 때부터 작곡가 신병하 씨로부터 화성학과 오케스트라 편곡을 배웠다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라디오에서 나오는 킹 크림슨,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에 매료돼 작곡에도 도전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리메이크된 ‘그대여 다시 오세요’는 어쩌면 그런 김완선의 음악적인 고민에 대한 김창훈의 사려 깊은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김완선 2집의 첫 곡이자 타이틀 곡인 ‘나홀로 뜰 앞에서’의 바로 다음, 2번 곡으로 전진 배치한 것만 봐도 그가 단순한 댄스 센세이션을 넘어 진지한 가수로 대중에게 인식되고자 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완선 2집은 ‘나홀로 뜰 앞에서’에 이어 신중현 작곡의 ‘리듬속의 그 춤을’까지 댄스 곡의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게 되고 다른 수록곡에 대한 조명은 얻지 못했다.
여기, 이제 스포트라이트 하나가 빈 무대 위로 떨어진다. 그곳엔 또 다른 17세의 실루엣이 있다. TV조선 ‘미스트롯 3’에서 진(眞)을 수상한 가수 정서주다. 등장과 함께 ‘리틀 이미자’라 불리며 나이를 뛰어넘는 성숙한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그다. X세대의 신성 김완선이 첨단 댄스 팝 장르로 출현했다면 정서주는 Z세대 주자로 트로트 장르를 들고 나왔다. 이 독특한 조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25년 정서주가 재해석한 김완선의 1987년 발라드 ‘그대여 다시 오세요’는 이렇게 복잡한 시대와 문화사의 맥락을 갖고 있다.
새롭게 태어난 정서주 버전의 ‘그대여 다시 오세요’가 전달하는 심상은 그러나 보컬 음색만큼이나 명료하다. 복잡한 필자의 생각을 쾌도난마 하듯 명쾌하다. 그리고 마치 김완선과 김창훈의 미술적 교감과 같이 초월적이기도 하다. 정서주는 올해 싱글 ‘손 편지 한 장’과 ‘널 그릴뿐야’(조규만 작사 작곡 편곡·드라마 ‘퍼스트레이디’ 수록곡)를 통해 트로트 가수란 선입견을 깨고 한국적 발라드의 영역을 유영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는 김완선, 김창훈이 구축한 그 시절 원곡의 감성을 이어받는 동시에 2020년대 팝 발라드로의 업데이트를 거침없이 단행한다. 1절부터 흐르는 단조의 멜로디는 흡사 판타지 퓨전 사극 드라마나 게임의 OST처럼 부드럽게 잔물결을 친다. 이어 치닫는 후렴구에서는 차오르되 넘치지 않는 애이불비의 하이라이트를 능란하게 자아낸다. 어쩌면 17세의 김완선이 닿고자 했던 감성의 깊이를 향해, 당시에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Z세대의 가수가 주저 없이 다이빙하는 장면인지도. 이 무대, 이 신(scene), 비현실적이고도 선명하다. 눈앞에 펼쳐진 판타지 게임처럼.
(정서주 ‘그대여 다시 오세요’ 리메이크는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산울림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서주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산울림의 대장정은 이어진다.)
임희윤 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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