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호텔의 두 번째 EP이자 첫 국내 발매 앨범인 [CODEX ULTIMA]는 이들이 또 한 번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존 앨범이 오케스트라와 영화음악적인 분위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번 앨범은 신디사이저와 전자적인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워 한층 차갑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강렬한 비트와 네온을 연상시키는 사운드는 마치 거대한 디지털 도시를 헤매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이전보다 더욱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에너지를 담아냈다.
이번 앨범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인간성의 종말을 선언할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신인가, 인간인가, 혹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존재인가. 다섯 개의 트랙은 이 질문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간다. 첫 번째 트랙 [NEURON]은 자극과 신호에 중독되어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이어지는 [REASONICIDE]는 사고를 멈춘 인류가 분노와 증오만을 소비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세 번째 트랙 [PROTOCOL]은 기계의 시점에서 인류에게 최후를 선언하는 성명문이며, 타이틀곡 [CODEX ULTIMA]는 그 선언 이후 남겨진 질문과 선택, 그리고 종말 앞에 선 존재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트랙 [BROKEN]은 결국 시대 속에서 무너져버린 한 인간의 내면을 담아낸 곡으로, 이번 EP에서 가장 감성적인 멜로디 위에 가장 처절한 감정을 담아내며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CODEX ULTIMA]는 인간과 기계의 대립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과 논리가 결국 누구를 심판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마지막으로 인간다움을 붙잡으려는 존재는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뱀파이어호텔의 새로운 선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