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불쑥 산어귀부터 또아리친 뱀이 거뭇한 음영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몇 마디를 걸어왔어 네 집은 어차피 벼랑 끝인데 그렇게 많은 짐을 이고올 이유가 없지 않았냐고 내 가방에는 물어뜯긴 손톱들과 셀수 없는 후회의 나로 가득차 만원이었거든
새벽까지 구름 밑으로 빗금이 계속 쳐졌어 개는 현을 키듯 울부짖는데 새의 부리만한 입에 약을 우겨 넣을수 밖에 없었어 머리 위 꼬마전구가 불현듯 네 몸위로 스쳐지나가고 있는데 발 아래에 구덩이가 더 잘보였어 그 안에 온갖 껍질들을 넣었어 작은 생채기가 났어 서둘러 매립했어
너는 니가 스몄던 틈에서 찬란이라는 새순이 자라면 꺾어줬고 새빨갛게 굽은 해를, 그리움을 쌀알 만한 사랑의 이름으로 건내어 주기 시작했어 넌 내 집을 쓸어낼 솔을 한가득 보내고 있어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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