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일환… 담백한 모던 록 속 절절한 토로
- ‘나의 행복은/나를 비워/그대를 채우는 것이네’… 노래로 쓴 사랑의 시
산울림 김창훈의 세계관은 양면적이다. 병렬된 두 개의 면이 아닌, 서로를 등진 양면이다. ‘내 마음 (내 마음은 황무지)’,(산울림 3집) ‘특급열차 (속에서)’(산울림 4집), ‘무녀도’(산울림 5집),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산울림 13집) 등에서 하드 록, 헤비메탈, 개러지 록을 오가며 뿜어낸 염세나 폭주. 그리고 ‘산할아버지’(산울림의 동요 선물), ‘회상’(산울림 8집), ‘초야’(김창완 ‘기타가 있는 수필’) 등에서 그려낸 동심이나 서정. 이 양면은 서로를 밀어내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고 지고 산울림과 김창훈의 음악 세계를 반세기 가까이 끌고 온 동력이다.
김창훈이 오랜만에 신곡을 들고 돌아왔다. 근년에 여러 시인들의 시에 곡조를 붙여 녹음한 대장정인 ‘시노래 프로젝트’를 1000곡 넘게 이어오고 있지만, 그가 짓고 직접 가창까지 도맡은 새로운 작품은 얼마 만인가. 이번엔 저 드넓은 양면의 스펙트럼 가운데 어느 쪽일까. 마치 동전을 던져 행운을 점치듯 설레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신곡 ‘컵’은 그의 전작들 가운데 ‘손 Hand’(‘오감 (Come & Go)’ 수록)나 ‘숨’(김창훈과 블랙스톤즈 ‘첫사랑, 광주야’ 수록)을 떠오르게 한다. ‘손’ ‘숨’ ‘컵’으로 이어지는 단음절 단어의 제목이란 첫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숨쉬자 숨을 쉬자/그냥 숨을 쉬자’를 반복하는 ‘숨’, ‘손 내밀어/손 잡아 줘’를 되뇌는 ‘손’만큼이나 절박한 심정을 담은 곡이 바로 ‘컵’이다. 하지만 ‘숨’과 ‘손’의 강박을 벗어나 곡 전체의 정서를 이번엔 비움과 내줌의 미학이 지배한다.
‘나를 가득 채워줘/하지만 넘치지 않게’라며 중용의 중심을 잡은 다음에는 ‘사랑을 알게 된 요즘/나의 행복은/나를 비워 그대를/채우는 것이네’라며 사랑과 양보의 대상인 ‘너’를 향한 부드럽고 애틋한 정서가 넘실대며, 마치 마침내 놓아준 봄밤의 풍등처럼 화자의 마음은 흘러 흘러서 간다.
느긋한 템포의 모던 록, 힘 빼고 부르는 아련한 김창훈의 보컬은 그런 정서를 적확하게 스케치해 나간다. 공간을 내어주고 여백을 펼쳐내는 아이디얼스의 편곡도 적정량이다. 한편으로 함성훈, 남문석의 전기기타 연주는 특기할 만하다. 흡사 1980, 90년대 헤비메탈 밴드의 파워 발라드에 나옴직한 유려한 기타 솔로는 곡의 후반부를 매력적으로 장식함으로써 이 담백하고 삼삼한 평양냉면식 러브송에 몇 톨의 감칠맛 비법 양념이 돼 준다.
(김창훈 ‘컵 (Cup)’은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산울림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훈의 ‘컵’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산울림의 대장정은 이어진다.)
임희윤 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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