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개인의 삶 또한 살아내다 보니, 누구나 그렇겠지만 예상치 못하는, 겪어내야만 했던 기로에 놓인 적도 있었고요. 제가 놓인 적 있던 생사의 기로에서는 몸을 돌보는 일이 급해 마음을 돌보는 일, 음악을 생각하던 시간들은 좀처럼 들여다보지 못했어요. 시간이 흘러 다행히 원래의 일상들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여백이 생겼을 때는 글쎄요. 힘들 때 저를 버티게 했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오히려 오랜 기간 저의 발목을 붙잡았던 것 같아요. 멀리서 보면 평온해 보일 하루하루는 물론 저를 충분히 쉬어가게 했지만, 그래서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인생이라면 사실 그럴 수 없는 거겠지요.
완성되지 못하고 한 폴더 안에 서로를 위로하듯 옹기종기 모여있는 음악들을 보며, 이제는 하나씩 놓아주는 것이 저의 가까운 다음처럼 느껴집니다. 숱한 고민과 두려움으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그저 서로를 위로하며 안전하고 싶었던 저의 오랜 음악들이, 실은 스스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도 각자의 인생을 부여해 주는 일, 설령 그것이 아주 행복한 다음이 아닐지라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또 마음이 바뀌어 지금의 생각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며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음악을 좋은 마음으로, 아주 괜찮은 마음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저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여정에도 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시고,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이들 덕분에 저는 오래오래 음악을 사랑하고 잘 지속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뮤즈 여러분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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