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메탈 장르에 극한의 범용성을 부여한 것은 20세기 말 록음악 씬에 불어 닥친 뉴메탈과 얼터너티브라는 거대한 물결이었다. 한때 장르적 순수성을 두고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뉴메탈은 수많은 메가 밴드를 양산하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21세기 록/메탈 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장르로 당당히 자리 잡았고 여전히 진화 중이다. 이 물결의 최선봉에서 장르의 본질을 꿰뚫는 동시에 미래의 청사진까지 제시하는 작품이 바로 뉴메탈 밴드 뉴클리어 이디엇츠의 정규 3집 2026년작 'ANTI:INTELLIGENCE'다.
필자는 과거 ‘노머씨 업라이징’이라는 오디션의 심사를 맡았을 당시, 축하 공연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던 뉴클리어 이디엇츠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며 전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모든 심사위원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던 그들의 신보는 구조적으로는 정규 1집 'ANTI:SOCIETY'의 정체성을 잇고, 세계관 측면에서는 2025년 발매된 EP 'CYBERPUNK 1999'에서 보여준 디스토피아적 서사를 더욱 확장하였다. 특히 2025년 EP에 수록되었던 3개의 곡에 여러 요소들을 추가하여 한층 더 풍성하게 보강하여 수록하며 이번 앨범의 완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점이 인상적이다.
본작에서 뉴클리어 이디엇츠는 사운드스케이프/텍스쳐의 확장은 물론이거니와 소재 면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성공적인 확장을 이뤄냈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혐오의 정서와 검증 없는 마녀사냥, 그리고 기술의 발전 뒤에 숨은 인간 소외에 대한 통찰과 같이 다양한 주제를 담아냈다.
앨범은 총 15개의 트랙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유지하는데,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파트가 인트로에서 7번 트랙 'KARMA'까지라면, 두 번째 파트는 8번 트랙 ‘WAKE UP’에서 마지막 15번 트랙 'SOLARIS'까지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인트로 ‘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은 AI의 미학적 가능성과 동시에 기괴한 할루시네이션이 주는 섬뜩함을 교차시키는 것 마냥 그 대비가 강렬하다. 이윽고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2번 트랙 ‘FRQ’는 뉴클리어 이디엇츠의 전매특허인 강력한 뉴메탈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곡으로서 현대판 마녀사냥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앨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메인 트랙들은 기존의 뉴클리어 이디엇츠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밴드의 폭넓은 범용성과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함께 증명한다. 광폭한 크랙베리의 보컬 Ember가 피쳐링한 'PRIMER'를 시작으로 2025년에 활동을 재개한 전설 닥터코어.911의 G.RU가 참여해 장르적 깊이를 더한 ‘MCMXCIX’, 디아블로 장학의 보컬로 공격성을 극대화한 ‘KINGDOM’, 그리고 게이트플라워즈 박근홍의 목소리로 얼터너티브 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KARMA’등 다양한 피쳐링이 아름다우면서도 파괴적인 시너지를 뿜어내며 이들 음악의 다이나믹이 한층 더 강화된다.
두 번째 파트의 시작을 알리는 8번 트랙 ‘WAKE UP’은 기존의 강력한 헤비니스를 넘어 감성적인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우며 앨범 전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군중의 광기를 다룬 ‘PYROMANIAC’에서는 탄력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연주를 통해 대중의 폭력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오히려 경쾌하게 풀어내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기존 노머시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되었고 라이브 때 사랑받은 ‘FIRECRACKER’는 해머링의 유비와 하즈의 SHOWME가 가세한 버전으로 이번 정규앨범에 수록되며 그 무게감을 더한다. 더불어 ‘CONTACT’와 ‘TOMORROW’는 마치 쌍둥이처럼 서로의 멜로디를 보조하며 잔잔함 속에 숨겨진 폭발적인 힘을 드러낸다. 이러한 기조는 색소폰 연주와 여성 보컬이 가미된 마지막 트랙 ‘SOLARIS’까지 이어지는데, 이러한 서정적인 면이 강조된 트랙들은 절망 속에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희망을 심상화하며 리스너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긴다.
뉴클리어 이디엇츠는 이번 앨범을 통해 록/메탈씬의 시대를 이끄는 그 최선봉에 서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강력한 헤비 리프와 리드미컬한 래핑, 그리고 그 위를 수놓는 강력한 하쉬보컬과 서정적인 클린 보컬의 양면성이 들려주는 하모니는 K-POP 못지않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록 음악의 현주소다. 이제는 감탄사처럼 통용되는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있었나?"라는 뒤늦은 소회 따위는 이제 무의미하다. 고전들을 뒤로 하고 지금 이 순간 이들이 들려주는 사운드를 들어보라. 한국 헤비니스 밴드가 강력하게 뿜어대는 날것의 생명력으로 가득 찬, 살아 숨쉬는 뜨거운 미래가 바로 여기 있다.
Written by 당민리뷰 (Youtube 채널 당민리뷰 운영자, ‘내 여름날의 록스타’ 공동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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