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피리는 풀잎이나 얇은 식물의 잎을 입술 사이에 끼워 소리를 내는 연주 방식으로, 한국 전통음악에서 초적(草笛)이라 불리며 가장 원초적인 취주 형태로 전해져 왔다.
초적은 특정한 악기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연물 그 자체를 소리의 매개로 삼는다는 점에서, 궁중음악보다는 민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연주 문화다. 조선시대 문헌과 풍속 기록에서는 초적이 목동, 선비, 아이들에 의해 자연 속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되었으며, 특히 새소리나 바람 소리를 모방하는 자연 모사적 성격을 지닌 소리로 인식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소리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인간의 몸과 환경이 직접 맞닿아 음악이 발생하는 전통적 청각 감각을 보여준다.
이 앨범에서 풀피리를 연주한 성수현과 전진영은 경기무형문화유산 풀피리 전승 계보를 잇는 연주자들로 사단법인 한국풀피리협회를 이끌고 있으며, 2019년 제13회 공무원음악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두 연주자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초적·풀피리 연주를 현대적으로 복원하고, 이를 공연과 교육,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해왔다. 이들과 재즈 피아니스트 이노경은 중앙대학교에서 국악을 수학한 석사 동기로,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가로지르는 문제의식을 오랫동안 함께 공유해왔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노경은 그동안 전통과 현대,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피아노·장구·베이스라는 독특한 편성의 트리오 앨범 Matchmaker(2010)을 통해 국악 리듬과 재즈의 결합을 시도했으며, 태평소·피리·판소리와 랩(Rap)까지 가세한 I-Tori(2012)에서는 국악 재즈의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또한 판소리 이상화, 서해인과 함께 동요를 새롭게 편곡한 Children’s Songs(2021)을 통해 전통 성악과 일상의 노래를 재즈적 언어로 풀어내며, 전통의 감각을 현대적 청각 경험으로 번역해왔다.
Birds는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장르적 결합을 넘어 소리의 기원과 즉흥성 자체에 대한 탐구로 나아간다. 이전 작품에서 산조 형식을 바탕으로 한 피아노 즉흥 앨범 Piano Sanjo에서 전통의 시간성과 즉흥의 구조를 피아노 언어로 재구성한 이노경은, 본 앨범에서 초적·풀피리라는 가장 원초적인 취주 방식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몸–즉흥’이라는 음악적 사유를 더욱 심화시킨다.
새의 소리를 닮은 풀피리와 피아노의 대화는 작곡된 음악과 즉흥 연주의 경계를 흐리며, 전통과 현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미세한 공명을 드러낸다. 앨범 Birds는 조선시대 민간의 자연스러운 소리 문화에서 출발한 초적의 역사적 기억을 오늘의 즉흥음악으로 소환하며, 소리가 어떻게 시대를 넘어 다시 호흡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음악적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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